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무속 논란과 검찰·법원·언론 비판 성명 발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검찰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고, 편향적 보도를 일삼는 수구언론이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거들고 있다며 ‘이성과 신앙의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제단은 ‘신학대전’을 통해 신학이론의 체계를 수립한 스콜라철학의 대표학자였던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기념일을 맞은 28일 “대통령 선거는 국가 공동체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대사인데, 고도의 이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이 과정이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먼저 그 책임을 언론과 검찰, 법원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구성원 가운데 과연 기자들의 ‘기사’와 검찰의 ‘기소’의 공정성을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이어 “두 집단의 편향성은 대선 정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검증이 한창인 가운데, 언론 종사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걸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불편부당한 자세로 보도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제단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누구는 조사도 없이 기소하고, 누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조사도 하지 않고 조사에 불응해도 그냥 놔둔다”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고 비판했다.
또 “정의의 최종 수호자여야 할 법원의 판결도 귀를 의심할 정도”라면서, “건강보험료 수십억 원을 떼어먹어도 무죄를 선고하는 그 입이, 입시에 반영되지도 못하는 표창장 의혹만으로도 징역 4년을 명령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제단은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못 본 체 한다는 말이 공연한 소리가 아니다”라면서, “시중에는 검찰청이 북치고, 법원이 장구 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제단은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를 중심으로 한 무속 논란과 관련해 “어째서 ‘무속이 노골적인 대선’이 되고 말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한사코 이성과 신앙의 조화와 종합을 위해 분투했던 가톨릭교회의 정신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금번 대선은 이성적 평화 세력에게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주술 권력에게 칼을 쥐어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되고 말았다”며 “신앙은 이성 이상이어야지, 비이성적이어서는 안 된다. 아니 신앙인일수록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제단은 “우리는 나름대로 오랜 세월 가난한 사람들의 병과 한을 어루만져주던 무속의 역사를 부인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인생사를 독립적으로 판단내리지 못하고 보편성, 타당성,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바깥의 힘’에 의지하여 살아온 사람이 과연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각축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통일 코리아’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하기나 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외에도 사제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 문제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현 정부의 노력이 다음 정부에서도 계승되고 발전되기를 바란다. 힘으로써 상대를 제압하고 그래서 얻어지는 결과가 진짜 평화라고 공언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우리 마음은 심란해진다”며 “누가 대통령의 권한을 맡든 모쪼록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의 기도를 무시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http://www.committee.co.kr/sub_read.html?uid=47342
<성명서 전문>
이성과 양심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시는 모든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드립니다.
1.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을 한층 새롭고 정의롭게, 국민을 더욱 행복하고 이롭게 만드는 흥겨운 기회가 되기를 빕니다. “정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한, 사랑의 탁월한 형태 가운데 하나”(교황 프란치스코)이니 정치적 소명을 받은 모든 이들, 특히 대선 후보가 되신 분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2. 대통령 선거는 국가 공동체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대사입니다. 주권자요 모든 권력의 출처인 국민들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바, 그 아름다운 결실은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합리적 논의를 통해서만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도의 이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이 과정이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3. 먼저 그 책임을 언론과 검찰, 법원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시시비비를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의지하여 판단합니다. 그래서 언론과 검찰, 법원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어 있고, 어떤 집단보다 “상식, 공정과 정의”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작동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 가운데 과연 기자들의 ‘기사’와 검찰의 ‘기소’의 공정성을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두 집단의 편향성은 대선 정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검증이 한창입니다만 언론 종사자들이 자신의 양심을 걸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불편부당한 자세로 보도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따라 누구는 조사도 없이 기소하고, 누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조사도 하지 않고, 조사에 불응해도 그냥 놔둡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의의 최종 수호자여야 할 법원의 판결도 귀를 의심할 정도입니다.
건강보험료 수십억 원을 떼어먹어도 무죄를 선고하는 그 입이 입시에 반영되지도 못하는 표창장 의혹만으로도 징역 4년을 명령합니다.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못 본 체 한다는 말이 공연한 소리가 아닙니다. 시중에는 검찰청이 북치고, 법원이 장구 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4. 우리는 지난 2020년 12월 7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수도자 선언>에서 촉구했던 일들을 과연 어느 후보가 실천에 옮겨 실적을 남길 것인지 판단해 보고 그에 따라 투표하겠습니다. 국민들을 위한 재난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재난 상황에 걸맞은 상식과 이성의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믿으며 특히 언론, 검찰, 법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5. 이와 연관하여 아무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소문만 무성한 무속 논란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째서 “무속이 노골적인 대선”이 되고 말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유력 후보 가운데 스스로 생각해서 책임지고 결단할 일을 점쟁이에게 묻는 이가 있다고 합니다. 압수수색을 발동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안을 두고 누군가에게 물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라면, 나아가 그랬던 이유마저 자기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었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한사코 이성과 신앙의 조화와 종합을 위해 분투했던 가톨릭교회의 정신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신앙은 이성 이상이어야지 비이성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아니 신앙인일수록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어언 금번 대선은 이성적 평화 세력에게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주술 권력에게 칼을 쥐어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오랜 세월 가난한 사람들의 병과 한을 어루만져주던 무속의 역사를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인생사를 독립적으로 판단내리지 못하고 보편성, 타당성,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바깥의 힘’에 의지하여 살아온 사람이 과연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각축하는 국제사회 속에서 ‘통일 코리아’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하기나 할지 걱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웃 종교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주술을 미워하는 이유도 ‘이성’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술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은 신앙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고백적 행동입니다. 골방의 기도와 함께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눔으로써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를 널리 구하고자 이런 호소를 드리게 되었으니 이해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6.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현 정부의 노력이 다음 정부에서도 계승되고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힘으로써 상대를 제압하고 그래서 얻어지는 결과가 진짜 평화라고 공언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우리 마음은 심란해집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통해서 거둔 성과에 대해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 “평화는 말이 아니라 힘이 보장한다.”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겠다”며 호전적 태도를 과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에 어둠이 깔립니다.
“선제타격”과 “킬체인”을 운운할 때마다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나아가 평화체제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그간의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합니다. 누가 대통령의 권한을 맡든 모쪼록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의 기도를 무시하지 않기 바랍니다.
7. 언제 어디서나 성경과 복음이 우리에게 재촉하는 바는 서럽고 배고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입니다. 부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우리 모두 올바로 잘 사는 ‘고루살이’의 꿈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기를 소망하며 다 함께 기도합시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에
2022. 1.28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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