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 13:06

용의자 X의 헌신

용의자 X의 헌신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현대문학

수학을 그 무엇보다 좋아했던 천재적인 수학자가 치밀한 두뇌를 활용하여 곤경에 처한 옆집 모녀를 도와주고자 애쓰는 노력에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좀처럼 풀어나가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초반에 불행한 가정사의 종말이 살인이라는 뜻하지 않은 우발적 사건으로 시작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법당국과 벌이는 두뇌싸움으로 과연 범죄의 은폐가 가능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백야행`, `유성의 인연` 등을 써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로 10월께 `용의자 X`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홍보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보니까 수학선생, 형사, 옆집 모녀는 나오는데 원작 소설에서 사건 해결의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놀랍도록 잘 만들어진 알리바이를 파악해 나가며 진실을 파헤치는데 도움을 주는 또 한 명의 천재인 물리학자는 안 보이는 것 같다. 원작에서는 이 두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두뇌대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영화에서는 형사가 대신하게 되는건가.

항상 마지막에 큰 반전 한 수를 감추어두는 작가인 만큼 경찰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모두를 속일 수 있었던 완전범죄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 매일 들르는 도시락 가게와 짧게 마주치는 일상속에 그저 스치듯 주고 받는 인사가 전부였던 소심함으로 그 이상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주인공.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그 뛰어난 머리를 쓰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정황과 증거를 자기 쪽으로 돌려 기꺼이 누명을 쓰기 위해 헌신하는데에는 주저없이 용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알리바이가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단서를 잡혔으니 그것은 그의 사랑.. 이었일까. 이런 일, 이런 사랑도 있겠지만 작품의 설정 자체에는 그다지 큰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