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21:05

사교육비로만 월200만원… 학력중시 풍조 사회 만연 '에듀푸어' 만 양산

아이 학원비 마련을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부 박희진(44) 씨. 그는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만 매월 200만원 넘게 쓴다. 남편의 월급이 350만원 정도인데, 매월 나가는 주택 대출이자 등을 제외하면 빠듯한 살림에 허리가 휜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서는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다.

박 씨는 “남들은 과외수업을 다 시키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가 뒤처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중산층을 몰락시킨 주범 중 하나로 살인적인 사교육비 부담이 단연 꼽힌다. 많은 가정이 빚을 내서 자녀 교육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상당수가 자녀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구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녀 사교육비 지출로 가난하게 사는 ‘교육 빈곤층’(에듀 푸어, edu poor)이 82만여 가구로, 가구원은 30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한다. 교육 빈곤층 교육비 지출의 85.6%는 사교육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빈곤층의 상당수는 ‘대졸 이상, 40대, 중산층 가구’다. 사교육비 부담이 중산층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교육비 부담을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 중산층 확대의 관건이다.

국 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 소득은 1990년 대비 4.1배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교육비 지출은 6배 늘었다.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5.3%에서 2011년 7.8%로 늘었고,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3%에서 12.6%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고, 부모들은 자신의 생활을 희생해서라도 자녀에게 보다 안정된 미래를 준비해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빚을 져서까지 무리하게 교육비를 지출하는 바람에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중시 풍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성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과 시스템이 ‘교육 빈곤층’을 더욱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으로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내실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대학입시가 문제인데,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 정책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로의 진학도 활성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 중시의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중한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재정의 확충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고졸 취업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선 취업, 후 진학’ 체계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럴드 경제 / 박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