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IMF) 전엔 74%가 "중산층"… 지금은 50%가 "저소득층"
외환위기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
금융위기 등 거치며 중산층 실종
가계부채 이미 1,000조원 육박
가처분 소득 줄어들며 삶의 질 추락
통계청 “중산층 67.7%” 수치가 무색
1989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60.6%였다. 사회지표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2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2489달러로 3.5배나 늘어났지만 국민 50.1%는 자신을 ‘중산층’이 아닌 ‘저소득층’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서는 국민 전체 가운데 중산층의 비중은 67.7%(비임금 근로자 포함한 2인 이상 가구 기준)에 달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산층은 누구?= 80년대, 그것도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을 기점으로 한국사회에는 수많은 중산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중산층의 몰락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했다.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체결한 협약에 따라 금융ㆍ기업ㆍ공공ㆍ노동 등 4대 부문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다.
이후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던 중산층은 2003년 카드대란으로 다시 힘없이 주저앉게 됐다. 2008년 리먼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부의 양극화는 더욱 촉진됐다. 중산층이 자취를 감추게 된 역사다.
잇단 충격으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많아지는 추세지만 지표상 중산층은 분명 존재한다. 한국에서 중산층의 기준은 2011년 기준으로 한 달 소득이 175만~525만원인 가구다.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소득으로, 지난해 기준 월 350만원)의 50~150%를 중산층으로 간주하는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전체 가구의 74.1%였던 중산층 비중은 2011년 67.7%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소득층은 17.8%에서 19.9%로, 저소득층은 8.12%에서 12.4%로 늘어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줬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같은 기간 0.264에서 0.313으로 높아진 것도 중산층이 얇아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의 삶…어떻길래= 한국 경제규모는 1998년 3454억달러에서 2011년 1조1162억달러로 커졌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GNI)은 7607달러에서 2만2489달러로 3배가량 늘었다. 기업(상장회사 기준)이 쌓아둔 현금도 22조원에서 57조원으로 불어났다. 국가와 기업 모두 위기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강해진 것이다.
하지만 가계는 오히려 취약해졌다. 환란 당시 183조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는 2011년 911조원으로 불어났다. 경제ㆍ산업계에서는 가계부채가 한국판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중산층 가계생활비 가운데 빚을 갚는 데 사용되는 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990년에는 월소득 79만원 중 부채상환에 쓰는 돈이 약 8만원으로 10.4%를 차지한 반면 2011년에는 월소득 321만원 중 27.5%인 88만원을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생황이 지속되면서 적자가구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1990년에는 중산층 가구의 15.8%가 적자였던 반면 2010년에는 23.3%로 늘었다. 지표상으로는 중산층이지만 자신을 절대 중산층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한 상황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재 중산층인 사람이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차관보는 “현재의 중산층을 유지하면서 그 아래에 있는 사람도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고, 서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럴드 경제 /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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