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스토리 괜찮고, 액션도 볼만한 한국형 첩보영화.
이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북한말로 하는 대사가 잘 안들려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과 이야기의 개연성 부족이나 플롯이 다소 복잡하다는 말들이 보이던데 일단 북측 사람들이 하는 대사는 별로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중에 좀 북한스러운 대사가 있었다면 그건 "접대하라우~". 누굴 기쁨조로 아나...
그리고, 그런 일련의 특수한 상황에서 각각의 경우를 따로 놓고 보면 몰라도 두 가지가 겹쳐서 엮여진 걸 감안하면 개연성도 충분하다. 다만 코쟁이와 양키들이 불쌍할 뿐이고. 플롯의 흐름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다. 아마 영화를 보는 연령층이 다양함으로 인해서 나오는 의견들로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감동이나 팽팽한 긴장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본 씨리즈를 비롯해서 치밀함과 서스펜스를 뼈대로 하는 이런 첩보영화는 감동과는 별로 안 친하다. 그보단 우리의 분단된 현실과 남과 북 어디에나 쥐새끼들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승진을 못하는 짬밥이 있다는 것도.
그래도 이 짬밥이 마음먹고 일을 벌이면 사고 한번 크게 칠 수도 있으니.. 멋진데... 이것도 인생 사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목숨에다 자리까지 걸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좀 묘한게 한석규 요원은 영화 쉬리의 연장선상에서 승진이 막히고, 베를린으로 좌천된 상황이라고 봐도 재밌겠는데.
스토리 부분도 대체로 무난하며 좋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액션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 빠지지 않으면서 아주 볼만하다.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들 없이 깔끔하고 간결하면서 스타일리쉬한 폼이 난다.
작품 속에서는 객관적으로 볼때 북한요원들이 더 강하게 보였고 그나마 조금 아쉬웠던 것은 막판 밀밭인지 보리밭인지 갈대숲인지 아무튼 격전이 벌어지는 난전 속에서 저격수로 나선 배우 한석규씨의 능력 발휘가 조금만 더 빛을 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첩보기관 직원들은 댓글 달면서 앉아 있지 말고 모두 저격을 포함한 사격실력을 기본요건으로 더욱 갈고 닦는 건 어떨까. 누가 알겠는가, 언제 어느때고 이런 영화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질지...
어쨌든 개인적인 야심에 의한 정치와 권력다툼은 정말 무섭다는 게 얻어진 결론이다. 첩보와 공작은 거기에 사용되는 수단이자 촉수의 역할이고, 그 속에서 난무하는 음모와 배신, 의심과 사투, 그리고 남은 건 복수... 이거 마지막 장면을 보니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아무튼 후속편이 나올 것 같던데 그렇다면 다음편 제목은... 혹시... `블라디보스톡`? 우리도 이제 씨리즈로 가는거야?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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