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9. 18:13

봄철 별자리, 머리털자리(Coma Berenices)

사자자리의 꼬리 옆 조금 윗쪽에 기역자를 거울상으로 뒤집은 모양의 아주 어두운 별자리가 있는데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원전부터 알려진 오래된 `머리털자리`입니다. 이게 원래는 사자의 꼬리털이었으나 누가 털어갔다고 합니다. 누굴까..?

이 별자리에서 사자자리를 향하고 있는 감마별 바로 밑에는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산개성단이 있고, 이 성단으로 인해 흐릿하게 보여서 머리털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이것은 `메로떼(Melotte) 111번`이라 하고, 메시에 대상에는 빠져 있습니다. 황소자리의 히아데스(Mel 25)도 이런 메로떼 대상에 속하는 산개성단입니다.

여기에는 은하의 북극이 있어 은하의 남극이 있는 가을철과 함께 화려한 별자리 대신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우리 은하계 밖 외부 은하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은하들이 수 십개씩 모여  '국부은하단'을 형성하고 이 국부은하단이 초은하단을 만들며 떼를 지어 있습니다. 머리털자리에는 약 3천개 정도의 은하들이 있어서 이곳을 `은하의 집`이라고 하며 이 근처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은하 무리를 통틀어 `처녀자리 은하단`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은하계에는 대략 1천억 개의 별이 있고, 이런 은하가 또 1천억 개나 있으니 우리 우주에 있는 별들의 갯수는 1천억 x 1천억 개입니다. 우리 지구는 단지 그 중에 하나일 뿐.... 머리털자리 알파별은 목동자리 악튜러스와 사자자리 데네볼라를 직선으로 이은 중간 쯤에 있고, 이 부근에 구상성단 M53과 블랙아이라고 불리는 M64 은하가 있습니다. 이건 거대한 암흑성운입니다.

이 머리털자리의 주인공은 실제 인물로 아름다운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던 `베레니케`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제단에 바치리라 맹세했는데 그녀의 남푠은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의 정복자 프톨레미 3세였습니다. 키레네(Cyrene) 왕의 딸래미이자 공주이기도 한 그녀는 앗시리아를 정복하기 위해 앗~! 하며 떠난 남편이 칼침을 안맞고 기스 없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에 머리카락을 잘라 아프로디테 신전에 바쳤습니다.

왕 이 돌아와 단발의 왕비를 보고는 어느 미장원에서 머리를 했냐고 물었다가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감격을 해서 그 머리카락을 보러 신전에 갔지만 이미 그 머리카락은 누가 뚱쳐가고 없었습니다. 화가 난 왕은 괘씸죄를 적용하여 신전의 사제에게 도난의 책임을 물어 처형할 것을 명하였고, 이 소식을 들은 궁중 천문학자 코논이 사자자리의 꼬리 끝에 있는 희미한 별무리를 가리키며 왕비의 머리가 저기 있다고 말하고서는 머리카락이 너무 아름다워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신이 가져다 놓은 것이라는 꿈보다 해몽을 펼칩니다.

좀 단순무식했던 왕은 그 말에 다시 기분이 좋아져 기뻐하면서 사제를 석방하고, 코논과 함께 상을 주었다는데 전쟁터에서 무사귀환을 한데다 모든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졸지에 사자만 꼬리털을 잃어버렸습니다. ''내 꼬리털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