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30. 12:55

봄철 별자리, 컵과 작은 사자, 그리고 육분의 자리

왕관자리처럼 반원형의 모습을 한 컵의 잔과 마름모 형태의 받침대 모양은 컵자리를 트로피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별자리는 일견 동물원같아 보이지만 이들 말고도 까마귀자리 옆에는 오른손으로 기울인것 같은 이런 컵도 있습니다. `알케스(Alkes)`라는 알파별의 이름도 그렇고, 컵 중에서도 '술잔'으로 보는 건 역시 동서고금 이래 술고래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죠 ㅡ.ㅡ

이 컵자리(Crater)의 주인공은 분명치 않은데 그 이유는 밤하늘에 있는 컵이 이거 하나이고, 신화에 나오는 모든 컵이나 잔은 이 별자리와 연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때론 술의 신 디오니수스(Dionyusus)의 술잔이 되기도 하고, 콜키스(Collcis)의 왕녀 메데아(Medea)가 악마의 즙(?)을 따른 무시무시한 잔이라고도 합니다. 악마의 즙이 몰까..

그거 말고도 이 컵자리에는 아폴로와 그의 애완용 새 까마귀가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물을 마시고 싶었던 아폴로는 까마귀에게 물을 길어오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무화과 열매에 정신이 팔려 또 심부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서푼 짜리 밖에 안되는 꾀를 내어 물뱀을 물어갑니다. 아마 까마귀 아이큐는 한 자리인듯.

이미 모든 것을 손금보듯 훤히 알고 있었던 아폴로는 까마귀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봅니다. 여기서 우리는 매사 정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경솔한 까마귀는 물뱀에게 모든 탓을 돌리며 누구들처럼 물타기를 시도합니다. 아폴로는 화가 납니다. 그리고는 까마귀, 컵, 물뱀을 죄다 하늘로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까마귀와 컵, 물뱀자리를 하나로 엮어 설명을 하는 게 좋겠지만 분량상 컵과 작은사자, 육분의 자리를 묶어서 설명하는게 편합니다. 까마귀, 컵, 물뱀자리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컵과 물뱀은 가까이 붙어있지만 까마귀는 컵과 떨어져 있어 영원히 물을 마실 수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컵이 까마귀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 목마른 까마귀를 애태우며 약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직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일삼는데에 대한 벌은 물을 못마시게 하는 것으로.

작은사자자리(Leo Minor)는 17세기 후반 별자리들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별자리입니다. 3개의 어두운 별로 조합한 창조적(?)인 작품으로 사자자리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별자리를 만든 헤벨리우스는 전통적인 별자리들 사이에 놓인 어둡고 이름없는 별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만의 작은 주~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주는 zoo. 이 작은 동물원에는 작은여우자리, 삵괭이자리, 도마뱀자리, 사냥개자리, 방패자리, 육분의자리도 있습니다.

육분의자리(Sextans)는 바다뱀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서 밤하늘이 맑을때 겨우 찾을락 말락한 별자리로 헤벨리우스가 화재로 잃어버린 20년간 사용했던 관측 기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육분의는 당시 필수적인 천문기구로 별의 고도를 측정한 관측장비였는데 이 별자리는 기역자가 90도 이상 벌어진 둔각형태로 사자자리의 앞발 밑, 바다뱀의 심장 왼쪽 위에 걸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