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6. 22:36

여름철 밤하늘 별자리, 백조자리(Cygnus)

봄철 별자리를 지나 무더운 여름이 되면 밤에 머리 꼭대기에 큰 삼각형이 뜨는데 그 중 하나의 별이 데네브(Deneb)입니다. 이 데네브 주위를 유심히 보면 날개를 활짝 펴고 은하수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며 날고 있는 백조를 연상시키는 십자모양의 별들이 보입니다. 이를 `북십자성`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남쪽 하늘에는 `남십자성`도 있겠죠. 하지만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데네브는 알파별이고 '백조의 꼬리'라면 베타별 알비레오(Albireo)는 '백조의 부리'가 되고, 감마별 사드르(Sadr)는 '백조의 슴가(어머, 부끄~)'가 됩니다. 베타별 알비레오는 제일 아름다운 이중성계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드르 아래에는 M29와 M39가 있는데 둘 다 산개성단입니다. 데네브의 동쪽에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난 본 적이 없는 `북아메리카 성운`과 `펠리칸 성운`이 있습니다. 또 초신성의 잔해인 `베일 성운` 또는 `면사포 성운`이 있습니다.

백조자리에는 이 밖에도 언급할 만한 신기한 대상들이 더 있는데 인류 최초로 연주시차를 재었던 61번 별은 고유운동이 아주 커서 1천년에 약 1도씩 움직여 일명 `나는 별`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하고, 강력한 X-선을 내뿜는 전파원으로 인식되며 블랙홀이라 여겨지는 `백조자리 X-1`도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X-선은 옆에 있는 동반별의 고온상태 가스 기체가 빨려들어가면서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랬습니다. 누가? 천문학자들이..

어떤 신화에서는 헤라 몰래 스파르타의 레다 왕비와 바람을 피우러 지상에 내려온 제우스가 불륜을 들킬까봐 모습을 바꾼게 백조라고 하는데 이런~ 막장 드라마는 신화시대부터 존재했잖아. 그때부터 불륜은 인류의 영원한 레파토리로 낙점!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이야기는 급기야 레다 왕비가 알까지 그것도 두 개씩이나 낳는 어이상실로 이어집니다. 작가가 누구야? 올림푸스 홈페이지 게시판 불나겠습니다.

근데, 더 놀라운 것은 알 하나마다 쌍둥이가 태어나 따따따블의 출산 대박을 터뜨리는데 이때 태어난 아해들이 각각 한 쪽 알에는 아들래미 카스트로와 딸래미 크리타이메스트가, 다른 한 알에는 폴룩스와 헬렌이 태어나게 됩니다. 별자리나 그리스 신화를 좀 아시는 분들은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겨울철 별자리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쌍둥이자리(제미니, Gemini)의 형제라는 것과 헬렌이 바로 대를 이어 외간 남자 올랜도 블룸과 눈맞은 댓가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이른바 전쟁을 부르는 미모의 소유자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별자리의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파에톤의 친구 시그너스입니다. 태양신 아폴로와 요정 클리메네 사이에 파에톤(Phaethon)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자신이 아폴로의 아들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자, 자기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태양의 마차`를 끌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친구 시그너스만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파에톤은 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오랜 만에 찾아온 아들이 이뻐~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아폴로. 당연 아들의 말은 태양의 마차를 끌어보는 것이었습니다만, 아뿔싸~..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과 엎질러진 물 그리고 깨어진 유리잔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제우스조차도 끌지 못하는 마차를 끈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동.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폴로는 운전 요령을 가르쳐 주었으나 결국 10대들이 아버지 자가용을 몰래 가지고 도로로 나가 일으키는 사고를 보듯이 핸들을 놓치고 마니 고삐 풀린 말들은 마구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차가 너무 높게 날면 땅이 얼음장으로 변하고, 너무 낮게 날면 노잉 마지막 장면이 상영되니 올림푸스 산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가 이 사태를 제지하기 위해 ''에라이~'' 하면서 번개를 던집니다. 이 번개를 맞은 파에톤은 유성이 떨어지듯이 강으로 떨어졌는데 이 강이 에리다누스 강이었습니다. 이를 모두 지켜보았던 친구 시그너스는 파에톤의 시체라도 건져 올리려고 물 속을 헤맸으나 찾지 못하고, 슬픔속에서 탈진해 죽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우정인가...? 이 친구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시그너스를 백조로 바꾸어 은하수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