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 17:29

가을철 별자리, 양자리(Aries)

물고기자리 서쪽에는 또 `양자리`가 있습니다. 점성술 천궁도의 황도 1궁이죠. 하지만, 이것 역시 2~4등급 별들로 구성되어 어둡습니다. 그래도 고대로부터 전해온 별자리이니 무시할 순 없습니다. 알파별 하말이 양의 머리고 델타별이 꼬리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00년 이전에는 춘분점이 여기 양자리에 있었고, 아라비아 국가들에서는 이때를 새해의 시작인 1월 1일로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달력으로 따지면 3월 20, 21일쯤 됩니다.

고대 그리스 테살리(Thessaly) 지역에 아타마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구름요정 네펠레와의 사이에 프릭수스와 헬레라는 자녀를 낳았습니다. 그러다 우리의 숙종처럼 새로운 왕비 이노를 맞아 중전이 내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왕자와 공주 두 남매는 졸지에 계모 밑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계모는 동화에 나오는 모든 계모들의 모습을 다 갖춘 원형 모델이 될만큼 지독하고 고얀 성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남매만 불쌍하게 되었죠.

왕과 새 왕비 사이에 아들마저 태어나자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에서처럼 왕위 계승을 탐낸 계모는 급기야 흉계를 꾸미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원래 장자 프릭수스(Phrixus)는 제물로 바쳐질 운명에 처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생모 네펠리는 마음이 다급해져 제우스에게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이 기도를 듣고 남매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황금빛이 나는 숫양 한 마리와 함께 남매에게 보냅니다.

헤르메스는 그 숫양을 타고 와서 남매를 데리고 동쪽 끝에 있는 코카서스 산 근처 콜키스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계모의 심술로 밥을 잘 얻어먹지 못해 빈약했던 여동생 헬레는 양이 너무 빨랐던 탓에 그만 현기증을 느끼고, 바다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드라마 다모 첫 회에서 재희가 말에서 떨어지는 바닷가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녀가 떨어진 바다는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지역으로 이 해협을 `헬레스폰트`라 불렀다고 합니다.

프릭수스는 콜키스 연안에 도착하여 에테스 왕으로부터 배려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중에 숫양이 죽은 후 프릭수스는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제우스에게 그 양을 바쳤고, 제우스는 그 양을 하늘의 별자리에 올림과 동시에 양피를 에테스 왕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왕은 이 양피를 신성한 숲에 있는 용에게 지키게 했는데 그 용은 결코 잠을 자지 않는 존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