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란 식(識)의 상(常)이다. 식이란 몸의 진화의 최종단계에서 생겨나는 인식의 착종관계사태이다. 인식의 착종체계 중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항상스러운(常) 식(識)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한 민족의 지도자는 민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것도 상식이다.
<범중엄의 `악양루기`>
한 민족의 지도자는 천하사람들의 근심을 그것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사람들의 즐거움을 그들이 즐거워한 후에나 즐거워한다.
"군자가 밀실에서 속삭이는 말을 하여도 그 말이 좋으면 벌써 천리 밖에서 호응하고, 그 말이 좋지 아니하면 벌써 천리 밖에서 그 잘못을 지적한다." - 주역 계사전
공자 왈, "교묘하게 말을 꾸미고 얼굴 표정을 호리는 사람치고 인(仁)한 인간은 거의 없다."
번지가 공자님 수레를 모는 중에 뒤돌아보며 문득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인(仁)이라는게 과연 뭘까요?" 공자가 말했다: "사람을 아끼는 것이니라." 번지가 이어 물었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말씀 더 물어보겠습니다. '안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공자가 말했다: "사람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공자가 말을 해놓고 보니, 번지란 놈이 영 깨달아 먹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한마디를 더 첨가했다. "반듯한 재목을 굽은 재목 위에 쌓아놓으면 굽은 재목이 펴지나니라. 이와 같이 곧은 사람을 들어 굽은 사람 위에 놓으면 모든 굽은 사람들도 곧게 될 수 있나니라." - 논어 `안연편` 중에서
유교의 이상
공자가 노나라에서 실각을 하고 14년간 열국을 편력할 때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 천하주유의 시기에 공자를 시종 굳건히 지킨 것은 자로와 안회였다. 이 담화의 정확한 시점은 알 수가 없다. 이 세 사람은 마차에 먹을 것, 요리기구, 잠자리, 텐트까지 싣고 편력을 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이 세 사람은 뒷동산에서 편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공자가 제안을 하나 했다. "제자들아! 우리가 제각기 인생에 품고있는 이상이 있지 않겠나? 심심한데, 우리 그것을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랬더니 역시 제일 먼저 나서는 것은 씩씩한 자로였다. "형님 전 말이죠. 고급수레와 말, 멋드러진 옷도리와 가벼운 털가죽외투를 얻어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 쓰다가 다 헤어지더라도 유감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자로다운 호기이다. 공자는 이어 안연에게 물었다. 안연은 얌전하게 모범생다웁게 말한다. "선생님, 저는 잘함을 자랑치 아니하고 공로를 드러내지 않는 고요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자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자아~ 이제 우리가 말했으니 형님 인생 이상이 무엇인지 한번 말해보슈!" 공자의 마지막 이 한마디가 동양정치사의 대강大綱이 되고 대본大本이 되고, 대망大望이 되었다는 것을 당시 이들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자 왈, "늙은이들에게는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친구들에게는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되며, 젊은이들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단다."
이것은 앞에 나오는 말을 목적으로 해석해도 된다. 늙은이들은 편안하게 살도록 해주고, 친구들에게는 신뢰감을 주며, 어린이들은 가슴에 품어주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단다. 여기에 자유니, 평등이니, 제도니, 민주니 하는 말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적 가치를 다 포용하고도 남는 고조선 사람들의 정감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는 감정이요 생활이요 생명이요 만족이다. 노자老者는 과거요, 붕우朋友는 현재요, 소자小者는 미래다. 그러나 과거도 미래도 다 현재를 바탕으로 엮어져 있다. 정치는 새로움의 진화이다. 끊임없이 자아를 반성하고 개방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정치는 창조적 전진이다. 이 3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자회지少者懷之`다. 젊은이들에게 그리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다.
- 도올의 `상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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