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 23:28

엄마들 분노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을 제일 싫어했던 사람들이 30대 엄마들이었는데 이제 40~50대 엄마들까지 등을 돌린다면 이들도 종북이 될까.. 이 땅의 엄마들이 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할 줄이야.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대한민국에 너를 태어나게 해놓고 좋아하다니, 내 자신이 너무 저주스럽다.”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무능력한 정부의 모습에 엄마들은 “촛불만 밝힌 채 울고만 있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안산 지역 엄마들은 특히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하고 보다 강력하고 조직적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안산 지역 엄마들의 분노는 지난 28일 ‘엄마의 노란손수건’(cafe.daum.net/momyh) 카페가 개설되면서 응집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이모씨가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아’이라는 제목으로 카페에 올린 글이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카페가 알려졌다. 이씨가 세월호 실종 자녀의 부모가 된 심정으로 자신의 자식에게 쓴 글에는 실종자 부모의 애타는 심정과 무능력한 정부를 향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씨는 “너를 아직 차디찬 검은 바다에 버려두고 있는 이 엄마는 직접 바다로 걸어 들어가 너의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함께 물 속을 유유히 떠다닐 수 있다면 정녕 그렇게 하고 싶다”며 “우리 아가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정말 미안하구나. 아가야 얼마나 무서웠니. 엄마 아빠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나 너 또한 이 못난 부모한테 미안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애통해했다. 이씨는 또 “그렇게 착했던 너가 무슨 이유로 이런 고통을 당하며 스러져가야 하는지. 너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어서 너를 찾아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되뇌었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정부에 대한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놓고 좋아한 엄마가 너무 저주스럽다”면서 “부디 지금이라도 누가 이게 긴 꿈이었다고, 모두 악몽에 불과했다고,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면서 인사하는 우리 아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비록 실종자 가족이 쓴 것은 아니지만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이씨의 글을 퍼 나르며 “더 이상 촛불만 밝히고 있지 않겠습니다. 강력하고 조직적으로 싸우기 위해 엄마들의 힘을 보여주세요”라며 엄마의 노란손수건 카페를 알리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카페에는 개설된 지 만 3일만에 4,500여명의 회원이 몰려들었다.

카페를 개설한 주부 A씨는 “카페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동참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세월호 참사에 이렇게 아파하고 분노하고 있다니 놀랍다”면서 “손놓고 울지만 말고 실천을 하자. 아이들에게 무책임하고 무능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촛불을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카페에는 촛불 시위를 열고 베란다에 현수막을 걸자는 의견 외에도 정권 퇴진을 거론하는 글이 올랐다.

한 회원은 “위로하고 슬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정권퇴진을 말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은 어렵다. 사고 이후 3일 동안 단 한 번도 구조대가 배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살인범에게 우리 인생을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는 이어 “한때 ‘안녕들 하십니까’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그 뿐이었다.

당국의 통제와 언론의 조종에 우리가 쉽게 굴복했기 때문”이라며 “슬퍼만 하는 촛불에서 정권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되지 않으면 역시 한때의 이슈로 끝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카페는 일단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촛불집회를 이날 오후 7시30분 안산 문화광장에서 열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 김상기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