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8. 13:45

금리가 인상된다면 그것이 가져올 잠재적 파괴력.

[조은뉴스=김관운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이 불러올 기업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앞서 은행 부실채권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자. 은행의 수익은 90%가 이자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자가 줄게 되면 은행은 신용경색이 온다. 은행이 이자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출이고 둘째는 예대금리차다. 문제는 기업과 가계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는 점이다. 빚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 신규 대출이 일어나기 힘들다. 정부가 DTI, LTV를 ‘이 대리 노래방에서 셔츠 풀어헤치듯’ 막 풀어제끼면서 은행을 살리려고 몸부림쳤다. 그 결과 대출이 확실히 늘었다. 이는 명백한 약탈적 대출이다.

하지만 결국, 자연스럽지 않은 억지 대출인 “약탈적 대출”은 반드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신규 대출 수요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장기적인 저금리로 인해 은행이 예대마진을 큰 폭으로 누릴 수도 없다. 따라서 은행의 수익성은 앞으로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나 대손충당금 비율을 따졌을 때 큰 위기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의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규모는 대략 1,100조에서 1,200조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선대인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대출이 70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비은행 금융권 + PF대출 포함)

결국, 은행은 부동산이 살면 살고 부동산이 죽으면 함께 죽는 공생의 관계에 있다. 어떤가? 부동산이 살겠는가? 대한민국 부동산은 가계부채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은 가계부채에 치명타를 날릴 것이다.

따라서 필자의 앞글에서 강조했던 금리인상과 은행의 신용경색은 인과관계가 비교적 정확한 분석이다. 다시 정리하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은 신용경색이 온다. 그럼 은행은 자산 매각을 통해 만기연장거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후의 상황을 필자는 감히 글로 쓸 수 없다.

만기연장거부로 가계부채가 폭발했을 때 겪게 될 한국의 상황을 묘사할 필력이 필자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를 향해 근거도 없는 비관론자라는 비난은 삼가달라. 가계부채가 폭발하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세계를 경험할 터이니..

이제 오늘의 주제인 기업의 위기를 살펴보자. 혹시 “좀비기업”이라고 들어봤는가? 좀비기업이란 1년 동안 번 순수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문제는 한국기업의 상당수가 좀비기업이라는 데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 소장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507개 중에서 38% 정도가 좀비기업이고 겨우 이자만 낼 수 있었던 기업도 60%에 이른다고 한다. 최 소장은 장외시장까지 합하면 수만 개의 기업이 이미 좀비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뜻은 만약 금리가 오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60%가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들은 다소 의아해 할 수 있다. “아니.. 김 기자.. 다른 언론은 기업의 현금유보율이 사상 최고라고 하던데..”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언론은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현금유보율이 사상 최고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10대 그룹만 그렇고 나머지 기업은 힘들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언론은 이를 말하지 않고 단순히 사실만 전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착각한다. 참 나쁜 언론이다. 좀비기업을 더 분해해보자.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좀비기업이 2010년 13%에서 2013년 15.6%로 늘어난 걸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의 좀비기업 비율은 41%에 이르고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업이 26%다. 특히 선대인 소장은 건설업 좀비기업과 관련해 “사실상 상위 10위 업체를 제외한 50위권 이내 건설업체가 대부분 부실업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한가지다. 지금이 저금리 시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좀비기업이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이유도 역시 저금리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의 기준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면... 좀비기업들의 대규모 파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럼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비례해서 증가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금리인상 – 좀비기업 부도 – 은행권 부실채권 증가 – 만기연장거부 – 가계부채 폭발]

좀비기업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점검하자.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의 증가로 기업 경영이 악화된다. 그럼 기업이 직원들 월급을 줄이거나 동결 또는 감원 등 구조조정을 실행할 것은 명약관화다. 위에서 금리가 오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60%가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들 대다수가 구조조정을 실행한다고 생각해보라.. 아찔하지 않은가?

명퇴자들은 여전히 가족을 부양할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영업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은 지금도 심각한 수준의 포화상태로 제살깎기식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다. 자영업 대출은 가계부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 폭발은 자영업이 먼저 터지나 아니면 주택담보대출이 먼저인가를 경쟁하는 못난이 치킨게임 중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은 자영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함께 터트리는 쌍둥이 폭발을 이끌어낼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은 결코 우스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에이 3~4% 이자 더 내지”로 끝낼 수 있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어쩌면 한국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공포를 만들 수도 있는 끔찍한 괴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연일 한국의 외화보유액이 사상 최고고 무역수지 흑자를 경신하고 등등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를 보라! 위기가 발현되자 단 15일만에 4200억 달러가 빠져 나간 것을... 이제는 심지어 금리인하라는 짚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려는 짓도 서슴지 않고 있다. 착각하지 마라.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한국은 선진국도 아니다.

자부심과 자만심은 다른 개념이다. 한국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분명 자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금리가 비슷한 수준이 되어도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을 정도로 펀더멘탈이 강하다 생각하는 건 분명 자만이다.

기억하라.
자만한 민족은 반드시 망했다는 점을..
역사는 자만을 용납하지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