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3. 19:47

세월호 참사. 배 기우는데 머뭇거린 구조, 여전히 미궁

남은 의혹과 과제
사정기관들 공식적 결론 발표에도
"선원들 조타실에서 뭘 했는가, 왜 퇴선 명령 안 내렸는가…"

유가족ㆍ국민들 의혹 못 풀어
구조 지휘한 靑ㆍ안행부ㆍ해경의 총체적 보고 체계 부실 등은
수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등 사정기관은 여러 의혹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매듭을 지었지만 유족과 상당수 국민들은 여전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이 꼽는 핵심 의혹은 무엇보다 사고 직후 ‘왜 적극적으로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느냐’다. 검찰 조사로 침몰 초기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과 재난 컨트롤 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부실 대응이 일부 밝혀졌지만 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많은 의혹이 아직도 미궁으로 남아있다.

예컨대 사고 직후
▲선원들은 조타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선원들은 왜 구조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탈출 이후에도 배 안에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구조대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는지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은 배 안에 학생들이 있는 것을 알았으면서 선내 진입 시도ㆍ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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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영관 변호사는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사고 전후 일차적인 상황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진상이 규명됐다’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침몰 당시 에어포켓은 존재했는지, 수색과정에 대한 왜곡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해경이 수사 과정에서 왜 선장을 해경의 집에, 선원들은 모텔에 투숙하게 했는지 등 사고 이후 제기된 수 십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의혹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구조 실패에 집중돼 있지만 사정당국의 수사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군경 등 의혹의 핵심을 비껴갔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의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기소했지만 구조를 지휘한 해경 상부, 안전행정부, 청와대의 보고 체계 및 보고 과정 등은 수사 대상에도 포함시키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이에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지난해 국정조사 기관보고 이후 ‘정부기관에 대한 89가지 풀리지 않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유족은 이 보고서에서 중대본의 컨트롤 타워 역할 실패, 재난대응 최고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의 무능과 무책임, 해경의 보여주기용 구조 작업 등을 핵심 의혹으로 제시했다.

참사의 빌미를 제공한 법령과 제도, 정책, 관행 등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유족들은 안전규정을 위반한 배가 어떻게 출항할 수 있었는지, 무리한 증축 허가 책임자는 누구인지,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계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의혹으로 꼽는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1년 동안 이뤄진 사정기관 조사의 가장 큰 한계는 국가의 구조 과정 과실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없다는 점”이라며 “참사의 원인과 함께 총체적 구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조만간 세월호 진상규명 100대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