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0. 20:21

알파고(AlphaGo)의 방대한 연산능력

알파고가 그냥 일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면 알고리즘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이세돌 9단을 이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인공지능(AI)`이라서 이번에 아주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이 정확성과 빠른 속도인데 이걸 기본으로 깔고, 엄청나게 방대한 연산을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는 것은 인간의 두뇌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알파고가 인간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로 알파고는 감정이 없고, 유머라든가 고차원적인 철학이나 예술을 모르고 오직 바둑에서 그것도 철처한 계산에 따라 최대한 승률을 높일 수 있는 확률을 도출해 수순을 둘 뿐이거든요. 그러나, 이게 대단한 것이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겁니다. 이걸 `강화학습`이라고 합니다.

알파고에게 3개월은 바둑 고수에게 3년, 일반인의 30년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인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연산 속도로 수백만번 연습을 한다는 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겠기에 알파고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사람은 세월이 흐르면 학습한 걸 잊어먹을 수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은 그럴 염려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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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하드웨어 설계 노하우와 효율성을 극대화한 수준 높은 컴퓨팅 시스템과 클라우드 기술의 정수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총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가 탑재된 시스템으로 구현된다.

CPU는 개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하고, 서버는 여러 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분산 처리하는 클러스터 방식이다. 인텔(iNTEL), 엔비디아(nVidia) 등에 핵심 부품은 공급받지만 최종 구현을 위한 설계는 직접한다. 이렇게 완성된 시스템은 소규모 슈퍼컴퓨터와 맞먹는다.

알파고는 입력된 기보 16만건을 토대로 지난 5개월간 매일 3만번의 실전 경험을 쌓았다. 딥마인드 CEO는 무리한 컴퓨팅 파워 확장보다는 알고리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초당 10만개에 달하는 수를 고려한다. 최고 바둑기사보다 최대 1,000배 빠르다.

순차적으로 코딩을 처리하는 CPU와 달리 코딩을 분산 처리하는 GPU는 고속 연산처리에 특화됐으며 일반적으로 CPU와 GPU를 함께 구성한 시스템은 CPU만 탑재한 것보다 30배 이상 연산속도가 빠르다. 작업 중 발열에 의한 전력 소모도 줄인다.

이번 대국을 위해 1,000대가 넘는 서버를 한국에 들고 올 수는 없다. 모든 인프라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에 있다. 한 IT 관계자는 기존 슈퍼컴퓨터 중심 인공지능이 클라우드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