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0. 10:49

차에 대하여, `간다 봐라` 중에서

먼저 차를 입에 대고 조금 마시며 혀 위에 올려놓고 그 맛을 느낀다. 이를 음미라 한다. 이 맛에는 산, 감, 고, 신, 함의 오미가 있다. 음다는 이 음미의 뜻에서 한 번에 다 마시지 않고 3, 4회 나누어 마신다.

차를 즐기는 것은 단순히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맑음과 고요와 그 향기를 누리기 위해서다. 차는 빛깔과 향기와 맛이 두루 갖추어져야 온전한 것이겠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선뜻 그 향기를 취하겠다. 향기는 단연 첫째 잔에 있다.

무릇 차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마실 일이다. 특히 발효차(주로 보이차)의 경우 마시다가 무슨 일 도중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마시게 되면 처음 마셨던 그 맛이 사라지고 그저 무덤덤하더라. 몇 차례 겪어서 익힌 일.

차는 한 자리에서 한 가지만 마셔야 한다. 비교하기 위해 다른 차를 또 마시게 되면 먼저 마신 차맛도 희석이 되어 알 수 없게 된다. 몇 차례 겪으면서 느낀 바다.

다산 선생이 걸명소(혜장 스님에게 차를 달라고 한 글)에 이르기를, 차 마시기 좋은 때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아침 안개가 피어올 때,

구름이 맑은 하늘에 희게 떠 있을 때,

낮잠에서 갓 깨어났을 때,

밝은 달이 맑은 시냇물에 잠겨 있을 때

묘용시수류화개 妙用時水流花開

정좌처다반향초 靜坐處茶半香初

신묘한 때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며

좌선하는 곳에서 차가 끓고 향이 피어나네

 

누실명 陋室銘

작차반구 소향일주 酌茶半甌 燒香一炷

언앙서지 건곤금고 偃仰棲遲 乾坤今古

인위누실 누부가처 人謂陋室 陋不可處

아즉시지 청도옥부 我則視之 淸都玉府

반 사발 차를 마시고 한 가치 향을 피워놓고

어떤 집에 누워 천지고금을 가늠하나니

사람들은 누추한 방이라 하여 살지 못하려니 하건만

내가 돌아보니 신선의 세계가 여기로다.

- 강릉 애일당 愛日堂 터에 세운 교산시비 蛟山詩碑

(청도옥부 : 신선들이 사는 고을과 관청)

 

음지청심익수연년 飮之淸心益壽延年

석천 희필 石泉 戱筆

차를 마시면 마음이 맑아지니

해를 이어 오래도록 수를 더하네

석천이 쓰다.

 

간다,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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