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流星の 緣)
유성의 인연 1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여름에 볼 수 있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와 함께 어린 3남매에게 닥친 뜻하지 않은 비극. 그들은 그때 별똥별을 보지 못했다. 그 후, 이들 남매는 장남 고이치를 비롯하여 둘째 다이스케와 막내딸 시즈나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되는데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남매 사기단..?
계획은 장남 고이치가 맡아 사냥감의 물색과 사전 조사 그리고 사기의 유형과 접근 방법 등 모든 일을 총괄하며 주요 임무는 막내 시즈나가 맡아서 수행한다. 당연히 주 타겟은 예쁜 시즈나에게 혹해서 넘어오는 남자들이다. 둘째 다이스케는 적절한 순간에 보조 엑스트라로 끼어들어 시즈나의 임무수행(?)에 도움을 준다. 다양하게 변신을 해야하고, 연기력이 많이 필요한 역할이지만 제법 잘해낸다. 시즈나는 예쁜 얼굴이 무기라 그때 그때 이름과 하는 일에 관해서만 적당히 둘러대는 사기의 결과는 성공적이며 수입은 쏠쏠하다.
항상 그렇듯이 이런 이야기에는 꼭 `이번이 마지막` 또는 `이번 딱 한 번만` 이라는 상황 설정이 등장한다. 고이치 역시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해오다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그간 물색해왔던 B급이나 C급의 약간 어리숙하고, 다소 모자란 남자가 아니라 A급의 돈 많은 남자를 사냥감으로 정했으나 이번엔 막내 시즈나가 그 대상에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일이 꼬일지도 모르는 조짐을 보이지만 정작 심각한 건 그 남자의 집안이 자신들의 부모가 당했던 죽음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이 우연하게 발견되었다는데 있다.
그리고, 유성 외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음식점을 운영했던 주인공 남매의 아버지가 만들었던 요리인 `하야시라이스`이고, 이 요리의 맛을 아이들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슬프면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로 등장한다. 하야시라이스는 일본식 서양풍의 요리로 얇게 썰은 쇠고기와 양파를 버터에 볶아 레드 와인, 데미글라스 소스와 함께 오래도록 끓인 것을 밥에 얹어 먹는 요리라고 한다.
머리를 맞댄 삼남매는 어느덧 14년 전에 일어난 일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점점 일을 진행해 나갈수록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되어가면서 공소시효를 앞두고 경찰까지 의욕적으로 나서며 모종의 긴박함의 형성과 추리가 적절히 섞여져 있다. 제목이 유성과 관련되다 보니 소설 속에서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말고도 사자자리 유성도 나온다. 여기서 유성우는 작품속 인물들을 엮어주는 보이지 않는 매개체가 되는 상징성을 가진다. 그런데 우연일까 마침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볼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소설 초반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칫 이야기가 암울한 분위기에서 고난을 헤쳐가는 삼남매의 슬픈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이들을 둘러싸고 흘러가는 내용은 분위기가 밝고 어떤 면에서는 유쾌하기까지 한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 못할게 뭐 있겠는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도 그렇고, 설정이나 구도가 꽤 아기자기하면서도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대단한 반전의 한 수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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