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열린책들 |
인생을 알 수 있는 데에는 `사색, 독서, 경험` 이 3가지가 있다고들 한다. 먼저 사색은 돈이 들거나 육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지적인 사고 수준이 요구된다. 이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예로부터 수행자들은 세속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고통도 여의고 이쪽으로 특화된 길을 선택한다. 이것을 `즈나냐 요가`라고 하며 우리말로 `지혜의 길`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다음으로 유용한 방법은 `독서`이다. 독서는 `간접 경험` 이라고도 하는데 실로 책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방대한 정보와 이야기들이 활자 형태로 들어있다. 독서를 하려면 책이 있어야 하고 그러자면 구입을 하기 위해 돈이 들게 마련이지만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는 센스를 발휘하자. 거기 가면 장서에 떡하니 버티고 '날 읽어주슈' 라며 우리를 향해 제목을 드러내 보이고 서 있는 책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면서 자기의 전문분야 또는 관심있거나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한 번씩 구입하여 자기만의 서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뜻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독서는 읽는 능력과 이해력을 기르고, 사고하는 능력도 배양시켜, 사색을 할 수 있는 밑거름도 되는 등 독서로 얻는 이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한 글쓰는 실력도 향상시켜 준다. 그런데, 이 독서라는 것도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읽기보다 계획성과 방향성이 있으면 더 좋다고 본다. 특히,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권 한 권 재미있는 독서가 되도록 하는 편이 낫다. 법정스님도 책은 읽는 것이지 억지로 책을 들여다 보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책에게 읽히는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
나머지 하나가 `경험`으로 이건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제일 생생하고 강렬한 체험을 수반한다. 이 3가지 중 사색이 제일이고, 그 다음이 독서, 경험이 가장 낮은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 그다지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일수도 있고, 다른 영역엔 관심이 없거나 능력이 안될 수도 있는지라 그렇게 순위를 정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럴테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어느 항구의 비좁은 선술집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처음 만난 주인공은 책도 많이 읽은 학식이 있는 사람으로 불교에도 조예가 깊고, 여러모로 박식한 사람이다. 조르바와 함께 광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동안 조르바는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에서 얻은 경험들을 재산으로 삼고, 거기서 깨달은 것들을 속사포로 말하면서 저자와 대화를 하곤 하는데, 이 생생한 이야기들은 세월의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진실하기에 듣는 사람 그러니까 읽는 사람에게 '어... 살아 있네.' 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사람이 인생을 통틀어 행하거나 경험을 하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깨달은 바가 있다면 그것이 비록 하찮은 것이라 해도 다른 사람들이 무시할 수많은 없는 어떤 그 무엇이 들어있다. 평생을 망설임 없이 자신을 던져 경험으로 세파에 부딪쳐나간 조르바와 함께 지낸 시절의 일을 기억으로 저술한 저자가 쓴 책의 마지막에 이 조르바라는 사람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는 느낌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책 표지의 무늬가 아마 그의 얼굴인듯. 세파를 거치면서 달관한 듯한 여유있는 인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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