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9. 13:51

겨울밤 귤 까먹으면서 읽은 댄 브라운 신작 `인페르노(Inferno)`

인페르노 1 - 6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연말로 가는 겨울.. 밤이 깊어가는 시간, 조용하고 따따~한 방에서 귤 까먹으며 책을 읽는 재미 쏠쏠합니다. `로스트 심볼(the Lost Symbol)` 이후 새로나온 이 작품 역시 저자 특유의 집필 방식이 여전히 살아있는 소설의 트레이드 마크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입니다. 그리고, 처음 도입부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와의 긴박한 분위기가 이야기의 시작을 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저승의 문턱을 넘어갈뚱 말뚱하는 임사체험까지 해봤던 주인공 `로버트 랭던` 교수는 이번엔 시작부터 머리에 한판 총을 맞은 상태로 등장하자마자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상태에서 영문도 모른채 일단 쫓기는 걸로 스타트를 끊습니다. 얼떨결에 그를 도와주는 자그마치 아이큐가 208이나 되는 앳되고 처음보는 이쁜 아가씨와 함께.

시사각각 그들을 추격해오는 일련의 정체가 불분명한 무리들을 피해 도망가는 모습을 줄곧 담고 있는 1권의 내용은 작가의 이전 씨리즈에 비해 속도감은 덜하지만 그건 배경이 피렌체이고, 그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에 기왕 왔으니 그곳을 구성하고 있는 웅장한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각종 그림과 조각품들로 그득한 예술 작품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나름의 해석을 해봅니다. 그러니까 쫓기면서도 구경할 건 다 한다는.

그리고, 다른 이유로 랭던 교수가 불의의 사고로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그 와중에도 장기 기억은 말짱하고 머리도 좋아 본인이 알고 있는 그 도시의 `비밀 통로`를 십분 이용할 수 있었던게 다행이자 행운이었습니다. 2권 중에서 1권 전체가 이렇게 도망을 빙자한(?) 예술품과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이상한 관광이지만 읽는데 별로 지루하지가 않고 재미를 찾을 수 있었던건 아마 단테와 그가 인생을 통해 써낸 역작 <신곡> 그리고, 거기에 나온 `지옥(Inferno)`이라는 소재와 연관된 미스터리가 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남녀의 행보를 따라 갔기 때문이겠죠.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예술품들 중에서 중요한 것은 단테의 신곡에 들어있는 내용이고, 여기서 묘사한 지옥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문제의 핵심을 푸는 열쇠로 등장합니다. `진실은 오로지 죽음의 눈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CATROVACER…

이제 지구의 인구는 80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이 체감되고도 남는데 이렇게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각종 부수적인 현상에서 나타나는 문제 또한 한 둘이 아닌데다 추세를 보면 상황은 점점 심각 일변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가 `강제 인구조절`을 화두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것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음모론`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주장들을 펼치는 시나리오들에는 전쟁(핵을 포함한), 식량 조절과 배급 시스템 전환, 바이러스 배포, 산아제한 유도 등이 있다.

실제로 작품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WHO의 무능과 미온적 대처를 비난하며 바이러스를 이용한 강제 인구 감소를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세간의 지탄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인터내셔널한 흥신소(?)의 도움을 받아 행방을 감춘채 모종의 일을 벌였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곧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는데, 또! 그 시점은 바로 `내일`이다. 댄 브라운 이 양반은 왜 이렇게 시간제한을 좋아할까.

어찌됐든 작가의 의도대로 랭던 교수는 계속 피렌체의 거리를 해매고 있는 중이다. 단지 이것만 되내이면서 `찾으라, 그리고 구하라.` 도대체 뭘? 2권은 1권과 달리 놀라운 반전의 연속으로 마치 글로 쓰인 퍼즐을 보는 것 같고, 전작 로스트 심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영화화 하기에도 적당해 보이는데 피렌체 - 베네치아 - 터키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배경과 수많은 예술작품들은 책으로 읽는 것보단 화면에 담긴 영상을 눈으로 보는게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다만, 결말은 로스트 심볼과 마찬가지로 좀 뜨뜻 미지근하네요.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과 문학작품들, 과학과 역사는 모두 사실이고, 인터내셔널 흥신소 `컨소시엄`은 7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민간 조직이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고 했는데 이 컨소시엄이 주로 하는 일이라는게 거짓말 만들기와 허위 날조, 역정보 퍼뜨리기 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막강한 권력자들이 자신의 힘을 보호, 유지, 강화할 수 있도록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책에 나온 예를 들면 주식 시장을 흔들어놓기 위해, 명분없는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혹은 테러리스트를 은신처에서 끌어내기 위해, 세계의 권력 브로커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음모와 역정보로 여론을 형성해간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국정원과 군 싸이버 사령부 역시 이런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차이점은 국가기관이라는 것이다.

인페르노 1
국내도서
저자 : 댄 브라운(Dan Brown) / 안종설역
출판 : 문학수첩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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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또 묘했던게 소재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그로 인해 인류가 당면한 문제와 위협이지만 그에 대한 공포심을 가져오는 장치로 단테의 신곡이라는 책과 거기에 나오는 지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했다는 점에 눈길이 갑니다. 당연히 지옥이니까 여기에는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들이 나중에 가겠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이 겹치며 여러가지를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대목과 구절이 가끔 나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만 둘러봐도 이 지옥행 열차표를 예매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책에 나오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부분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의미심장하네요.

육욕에 눈먼 색마들은 악마에게 매질을 당하고, 아첨꾼들은 배설물 속에 둥둥 떠 있으며 사욕을 탐한 성직자들은 다리가 허공을 향한 채 거꾸로 묻혀 있고, 사람의 눈을 속이는 데 급급한 바람잡이(원래는 마술사)들은 머리가 뒤로 돌아가 있으며 부패한 정치인들은 끓는 역청 속에 처박혀 있고, 위선자들은 납으로 만든 무거운 망토를 입고 있으며 도둑들은 뱀한테 물리고 사기꾼들은 불속에서 신음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선동꾼들은 악마의 난도질을 당하고, 마지막으로 거짓말쟁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위기의 시대에 행동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없다. 언제부턴인가 '부인'은 온 세상을 휩쓴 거대한 전염병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이 구절 때문에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 나치에 부역을 하거나 돕지는 않았지만 침묵을 지킨 언론인들마저 처단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라샤테 오녜 스페란차, 보이 켄트라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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