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2. 12:28

10월 20~22일 오리온자리 유성군(Orionids)

1997년인가 그 해 11월 사자자리 유성우 때문에 한 번 들썩했던 적이 있었는데, 실상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대개 맞긴 하지만 - 사람의 심리상 - 그래도 그 추웠던 날씨를 참고 새벽에 건진 2개의 큰 유성우를 본 전율의 경험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은빛 실처럼 가는 유성이 아니라 노란색을 띤 큰 불구덩이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 꼭대기를 가로질러 눈 앞에서 폭죽 터지듯이 찬란히 산화하는 그 순간의 모습은 정말 감탄이 저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었죠. 이후 2001년도 11월에도 유성우가 와서 화제가 되었고, 이때가 더 많은 유성이 떨어져 관측하기에는 1997년 보다 좋았습니다.

오리온자리 유성군 Orionids는 오리온자리 북쪽에 있으며, 10월 20~22일에 가장 많이 출현하는 유성군입니다. 대유성우(大流星雨)를 내리게 한 기록은 없지만, 비교적 뚜렷한 유성군의 하나로 꼽히는데 핼리혜성이 모혜성인 것으로 여겨졌으나, 근년에 실시한 사진관측의 결과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남쪽 지평선 위에 떠 있는 오리온 자리에서 시간당 20~25개의 유성이 떨어집니다. 21일 새벽 1시 20분의 하늘은 너무나 맑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면서 어둡지만 이 유성군은 아주 희미해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리온 자리 왼쪽으로 쌍안경을 들이대니 뭔가 희뿌연한 물체들이 아래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것이 이 유성군인지는 확실치 않더군요. ^^

시간을 변경해 보니 각도가 약간 달라져 보입니다. 굉장히 넓은 거리에 걸쳐 포진해 있는 모습입니다. 만약 여기서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져 지구로 내려온다면 얼마나 장관일까요. 올 11월 중순에 사자자리 유성우 시즌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계산한 유성군이 최고에 이르는 시간은 21일 오전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때는 이미 날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