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3. 15:57

"청와대에서...", 예술계 '블랙리스트' 윗선 개입 회의록 나와

도종환 의원 "문예위 허위 자료 제출하는 등 위증. 국회법 위반"


예술계에서 떠돌던 '블랙리스트'가 정부 산하 기관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회의록에는 청와대까지 언급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 도 의원이 공개한 2015년 11월 6일 회의록에서는 '청와대'라는 명칭이 확연히 등장한다.

예술가 입 막는 '블랙리스트' 실존.. 문화계 "정치검열 규탄"

ㆍ세월호 시국선언한 문인 등 9473명 명단 정부 기관 활용
ㆍ지원 사업 선정 때 ‘솎아내기’
ㆍ“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그동안 무성한 소문을 낳던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지원 배제 등 정치적 검열을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부처에 내려보냈고, 문화정책 집행 현장에서 이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을 한 문인 등 문화예술인 총 9473명이 올라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박원순 "박근혜 사임할 일"

블랙리스트 지목받은 예술인들 “그다지 놀랍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야만적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12일 자정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4년 지방선거 때 저를 지지 선언한 1600여명 명단도 (블랙리스트) 주요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면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런 정도의 사건이 서구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대통령도, 어떤 내각도 사임할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이어 “정상적 민주주의하에서 어떤 공직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권력의 막장 드라마이고 사유화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공연연출가)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불이익과 탄압의 근거로 삼았다는 의심이 이제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이라며 운을 뗐다.

탁 교수는 “연출 의뢰가 들어오지 않고, 공연 대관이 거부되고 번복되는 일은 익숙한 일이 되어 버렸고 프로덕션의 이름을 바꾼다거나 연출자의 이름에 조연출의 이름을 써넣는다 던가 대관신청서에 다른 내용을 끼워 넣는 등의 방법들도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정치적 색깔이 짙은 연출자에게 일이나 공연장을 줄 수 없다는 이 준엄한 ‘정치적’ 결정은 지난 4년간 아니 이명박 박근혜 정군 내내 유지됐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사실 화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명단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와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려던 그 노력들도 참 안됐구나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이자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도 트위터(@septuor1)에 “블랙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문학 분야에만 국한해서 볼 때, 명단에 없는 문인들 가운데서도 이 정권의 비리와 못남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작가들이 많다”면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보다 최근 몇 년 동안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누가 무슨 심사를 했으며, 누가 무슨 기획을 했는지, 그 명단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어 “블랙리스트는 리스트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 리스트가 지극한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문제일 것 같다. 만드는 사람조차 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 팔자를 한탄하며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샤머니즘의 정치 아래서는 만인이 불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