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10:06

입 다물고 공부하든가, 구석에서 온라인 게임 하든가.

교육도, 학업도, 직장 생활도, 야근도, 회식도, 정치도... `어쩔 수 없다` 는 말 한마디로 합리화하면서 미쳐 돌아가는 나라.

객관적인 외부의 시각이 우리의 현재 모습을 정확하게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입 다물고 공부만 하는 한국`,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온라인 강국`

17살 나경이는 매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학교 독서실에 남아 숙제와 자습을 한다. 일주일에 네 차례 과외교습도 받는다. 과외교습을 받는 날 나경이의 귀가 시간은 새벽 1시다. 나경이의 동생인 10살 민영이는 오후 4시에 학교를 마친 뒤 엄마 손에 이끌려 4곳의 학원에 다닌다. 엄마는 민영이가 잠자리에 들 때 영어로 된 역사교육 시디(CD)를 틀어준다. “가끔 아이들이 정말 안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하루 다섯 시간만 자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나경이와 민영이 엄마의 말이다.

이 장면은 프랑스 시각으로 지난 6일 저녁 8시35분 프랑스 국영방송 <프랑스2>의 ‘특별취재, 한국: 학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방영됐다. 또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도 지난 3일 이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 예고 기사를 ‘입 다물고 공부해!’라는 제목으로 생생하게 게재했다.

방송에는 먼저 전북 무주의 한 군사훈련소에서 열리는 주말캠프 장면이 나온다. ‘얼차려’를 받으면서 우는 아이들과 달래는 부모들의 모습이 교차하고, 해병대 출신의 교관이 차려를 시켜둔 아이들에게 “지진이 나도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라고 명령하는 모습도 찍혀 있다. 한 아이는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죄송하다’고 부모에게 쓴 편지를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나경이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찍혀 있다. 나경이의 한 친구는 “저는 혼자 방에서 문을 닫고 종종 운다. 부모님께 보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프랑스2> 한국 특파원은 “그 울음은 그들 나이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 그러나 그들에게 정말 선택이란 있는 걸까?”라고 되묻는다.

이에 더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서울의 한 의료센터에서는 매월 우울증과 스트레스, 과로로 인한 폐해,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1000여명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202명의 초·중·고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전해온 프랑스 리옹의 한국인 유학생 박연수씨는 “프랑스 방송이 한국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며 “프랑스에도 경쟁이 있고, 청년실업 스트레스가 있지만 쫓아가지 못하는 아이를 ‘낙오자’나 ‘패배자’로 단정 짓기 전에 이 아이가 왜 ‘그 길을 쫓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비친 2010년 여름 서울은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도시였다. 가디언은 지씨의 생활을 통해 한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인터넷 게임 중독 현상을 심층 진단하며 “인터넷에 중독된 한국인들이 환각의 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한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인터넷 사용자의 10%에 해당하는 약 200만명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있고, 이들 대부분이 매일 신화 속 세계에서 자신의 게임 캐릭터 능력을 키우고 아이템을 수집하는 게임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지씨는 “이 게임을 2년 동안 해오고 있지만 끝낼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이것은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며 나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항변했다. 가디언은 정부의 게임 중독 근절 노력으로 2년 전 100만명 이상이던 10대 게임 중독자들이 현재 93만 8000여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청년 실업문제 등으로 인해 20~30대 게임 중독자는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