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나 피서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 `파라다이스`와 `나무`
파라다이스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열린책들 |
계절의 변화 차이가 커서 금방이라도 여름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올 여름도 무덥겠다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여름엔 휴가철도 있고, 피서지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텐데 꼭 피서지가 아니라도 무더운 여름 뜨거운 뙤약볕을 피한 그늘이나 또는 장마철 실내에서도 커피와 함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피서지에 갔으면 신나게 놀아야할텐데 왠지 이럴때 책이 읽고 싶어지면 성격이 이상한건가.. 어쨌든 이럴때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 두 권이 있으니 그것은 `파라다이스`와 `나무`. 두 작품 모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입니다. 시기와 장소가 그런만큼 서로 관련이 없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파라다이스는 1, 2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무는 한 권의 책이다. 파라다이스와 나무 모두 짤막한 단편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점에서는 동일하다. 저자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재미난 이야기들이 이 책들에 가득 들어 있으니 이런 형식의 책들이 좋은 점은 목차에서 흥미 있어 보이는 이야기부터 먼저 골라 읽어도 좋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차례차례 읽어도 무방하다.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들이 실린 파라다이스에서 미래에 인간들이 지금과 달리 체외수정으로 2세를 가지는데 여기에는 꽃들에 그러하듯이 나비가 도움을 준다는 말도 안되지만 기발한 설정과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아 전생을 여행하며 겪는 놀라운 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먼 미래에 남자들은 다 없어지고, 여자들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 참...
아파트 주민회의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난장은 이미 권모술수가 판치는 우리사회의 단면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우리와 놀랍도록 닮은 현실을 위트 넘치는 풍자로 꼬집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가를 능가하는 권력집단으로 발돋움한 기업들이 정책과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온다는 과장된 설정을 토대로 부풀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상표 전쟁`은 마냥 뻥튀기 장난글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생각해볼 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 보이기도 하다.
작가는 밥만 먹고 이런 생각들만 하는걸까... `나무`에도 이색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기발한 단편들 중 막판 반전 한 수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고, 관점 자체를 우리의 고정관념 반대편에 두고 있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수의 신비` 편에서는 굉장한 비유를 토대로 이 세상 돌아가는 이면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지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무지하며 또 그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욕구를 억누르려는 거대하고 조직적인 음모를 다루고 있는데 이를 읽으면서는 뒷편에서 조용히 하지만 꼼꼼하게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겹쳐져 다가옴을 느끼게 되었다.
휴가철을 맞아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가는 에피소드를 다룬 대목 또한 매우 신선했으며 또 수의 신비와는 좀 다른 측면이지만 오늘날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군집체인 인간 대중들이 얼마나 유행에 쉽게 휩쓸리며 전체가 하나를 좇아가는지를 당대에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와 대비해서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투영된 그대로 모습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작가가 글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마지막 단편 `어린 신들의 학교`는 이후 6권 짜리 장편 소설 `신`이 탄생하는 단초가 되었다. 이 소설은 영계탐사를 이야기 한 `타나토노트`부터 시작하여 안겔로노트라는 별칭이 붙은 `천사들의 제국`에 이은 씨리즈의 완결판이다.
나무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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