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카인(cytokine)과 면역반응
면역세포들은 서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까? 바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을 통해서다. 이때 세포들 간에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을 통칭해서 사이토카인 cytokine이라고 한다. 그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 보니 숫자를 붙여 각각을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백혈구 사이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인터류킨 interleukin, IL에는 단어 뒤에 번호를 붙인다. IL-1, IL-2, IL-3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 이름 자체만으로는 의미를 알 수 없어 면역학자들도 인터류킨의 번호 이름만으로는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금방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서로 다른 사이토카인들은 각각 다른 작용과 역할을 한다. 어떤 사이토카인은 B세포에게 항체를 많이 생성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반면, 어떤 사이토카인은 T세포에게 활성화를 멈추고 다시금 원래의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명령은 면역세포들의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을 통해 전달된다. 이들을 사이토카인 수용체라고 하며, 각각의 사이토카인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다음의 모식도처럼 왼쪽의 면역세포가 분비한 사이토카인을 오른쪽의 면역세포가 사이토카인 수용체를 통해 인식하는 방식이며, 수용체 또한 사이토카인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다.
물론 실제 면역 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도 면역세포들 간에는 우리가 미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의사소통이 일어나고 있으며,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했을 경우 더욱 활성화된다. 이런 면역 시스템의 활동은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외부의 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부대나 군인들 간의 원활한 통신이 중요한 것처럼 복잡한 면역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면역세포들 간의 의사소통이 문제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면역 시스템에서 복잡하게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면역 조절망 immune network 이라고 한다. 의사소통망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를 통해 양성 및 음성 조절이 다채롭게 이뤄지기 때문에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각각의 감염성 질환이나 면역 질환의 유발 과정을 이해하려는 면역학자들의 노력이란 각 질병 상황에서 일어나는 면역 네트워크 작용을 더욱 실제에 가깝게 이해하고 그려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각 질병에 따라 작동하는 면역 네트워크를 정확히 이해할수록 질병의 치료 방법을 세밀히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그리고 암 등 면역 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면역학자들이 각 질병마다 더욱 정교한 면역 네트워크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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