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5. 17:43

물가 상승에 분노한 시민들의 번지는 세계 곳곳 반정부 시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남미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와 파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연료비를 비롯한 생활 물가 폭등에 분노한 민심이 폭발하며 아시아의 스리랑카에 이어 중남미의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까지 정권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

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연료 가격에 분노한 시민 수천명이 정부에 대한 항의 시위를 일주일 넘게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나마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16.1% 오른 교통비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웃도는 중남미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낮지만 미국 달러를 법정 통화로 쓰며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를 이어온 터라 체감 상승폭이 컸다. 특히 연료비는 1월 이후 47%나 급등했다. 이달 초 교사 노조가 먼저 기름값 인하 등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를 시작했고 다른 노동자들과 학생, 원주민들이 가세하며 시위 인파가 늘어났다.

경찰의 저지선과 시위대의 봉쇄 때문에 한때 대륙을 종단하는 팬아메리카 고속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시위대의 요구가 거세지자 전날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개인용 차량에 대한 휘발유 가격을 갤런(약 3.8ℓ)당 3.95달러(약 5170원)로 낮추고 소고기와 파스타, 채소를 포함한 10가지 생필품 가격에 상한제를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긴 역부족이다.

시민들은 휘발유 가격을 3달러 아래로 더 낮춰야 한다며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구엘 안토니오 베르날 파나마대학 정치학 교수는 “지난 여러 정권 동안 유지됐던 파나마 국민의 관용과 인내심이 가혹한 연료값과 만연한 부패로 인해 폭발했다”고 말했다. 앞서 에콰도르와 페루에서도 꺾일 줄 모르는 연료비 상승에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에콰도르 최대 원주민 단체는 지난달 13일 유가 인하와 영세 농민 채무 재조정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도로 봉쇄 파업을 시작했다. 1.75달러에서 2.55달러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 상승은 만성적인 빈곤과 빈부격차에 시달리던 에콰도르 경제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부었다. 시위가 격화하며 최소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분노한 시민들이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시위는 정부와 시위대가 가까스로 연료비 일부 인하 등 합의점을 찾으면서 지난달 말 18일 만에 종료했다.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라소 대통령은 지난 5일 경제장관을 비롯해 보건, 교통, 고등교육부 장관을 줄줄이 교체했다. 에콰도르와 국경을 맞댄 페루에서는 화물노조의 집단파업으로 전국 물류망이 마비됐다.

페루의 지난 6월 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최고 수준인 8%대를 기록했다. 연료비 급등에 따른 대책을 요구해왔던 화물노조는 지난달 27일 파업에 돌입했고 페루 정부는 29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 전년 대비 60.7%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에서도 치솟은 물가와 연료비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가계 경제에서 연료와 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인구가 많은 중남미 국가들은 고물가 충격 강도가 커 반정부 시위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통신은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공격적 긴축 정책 등 고물가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159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