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1. 15:38

환율 연내 1,400원 가능성과 `S의 공포`

高환율 → 高물가 → 高금리, 고고고

[원-달러 환율 1,350원 돌파]
미국,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예고에
원화 투매 이어져 1차 저항선 '붕괴'

위안화 약세도 원화가치 하락 부채질
수입물가 자극…물가 정점 지연 우려
한은, 금리인상 폭 놓고 고민 커질듯

파월 의장의 고강도 통화 긴축 의지가 확인되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수요가 쏠리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사상 최고 수준인 109까지 상승했다. 반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역외시장에서 장중 한때 6.93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위안화 환율이 6.9위안을 넘어선 것은 2020년 8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위안화 약세는 최근 위안화와의 동조화가 뚜렷해진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1차 저항선을 뚫은 만큼 연내 1,400원 돌파 가능성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미팅에서 연준의 매파 기조가 확인돼 당분간 강달러 기조를 꺾을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며 “유로화의 추가 약세가 달러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단도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가파른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9~10월로 예상된 물가 정점을 지연시키며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물가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오를 경우 유가와 곡물 가격 등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기며 가뜩이나 줄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더욱 빠르게 고갈시킬 수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올 7월 말 기준 4,386억 달러로 전고점이던 지난해 10월(4,692억 달러)과 비교해 6.6% 감소한 상태다.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궤도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한은은 아직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치솟을 경우 금리 인상 폭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잭슨홀에서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계속 5%보다 훨씬 더 위에 머무른다면 한은도 미 연준처럼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역적자와 정치적 불안 등 내부 요인으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자본 유출을 일으켜 거시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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