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3. 17:08

날로 심각해져 가는 `층간소음` 문제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거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매일같이 야밤에 지속되는 층간소음엔 위협을 느낄 정도죠. 가장 큰 원인은 이웃간 배려가 실종된 의식과 개념없는 마인드, 그리고 `아.파.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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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간 싸움으로 번지는 층간소음

층간소음 해법 찾기- 견디다 못해 칼부림까지…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수면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반대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잠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늘리는, 건강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현재 우리 국민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65%에 이른다. 일본이 40%, 영국이 18%, 미국이 3.9%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거주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반면 층간소음과 관련된 규정이나 법규는 해외에 비해 미미하다.

해외의 경우 소음을 일으키는 가사나 정원일, 악기 연주, 음향재생기 등의 사용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상당수가 층간소음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공동주택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층간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에는 소음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근래들어 해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상해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추세다. 이러한 시류에 힘입어 정부도 서서히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변화를 꾀하고 있다. 층간소음 피해기준을 유연화하고 시공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머니위크>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의 현주소를 분야별로 취재해봤다.

#1. 2010년 3월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1층에 살던 A씨(50)가 2층에 살던 B씨(40)를 새벽 3시에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2008년부터 소음 문제로 끊임없이 다툼을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져 벌금 20만원에 합의하기도 했다.

#2. 청주지법은 지난해 9월 정신분열증을 앓던 C씨(36)가 지나가던 행인 D씨(21)를 평소 층간소음을 내던 위층 집 주인으로 판단해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살인미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가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사물변별능력이 미약한 상태지만 죄질이 불량하고 위험성이 큰 점을 들어 실형을 선고했다.

층간소음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층간소음 갈등 해소 서비스인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콜센터 개설 이후 상담건수가 7021건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층간소음 분쟁조정기준을 강화한다는 보도 이후 콜센터 상담이 크게 늘었다. 시행 초기에는 법적인 처벌이나 행위제한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복잡하고 구체적인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복을 준비하는 사람들

"화장실 환기통에 음산한 음악이나 야동을 틀어놓으세요. 효과 좋습니다."
"새벽 야식 전단지에 윗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했습니다."
"위에 윗집과 친하게 지내세요."

인터넷 포털의 층간소음 피해 카페나 부동산 정보 카페에 올라온 '층간소음 보복법'의 사례는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긴 막대로 천장을 두드리는 것부터 천장에 우퍼를 밀착시켜놓고 메탈 음악을 트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심지어 모터를 달고 전원만 켜면 지속적으로 충격음을 윗집에 전달하는 기계를 집안 천장에 만들어 인증사진을 올린 경우도 있다.

층간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누리꾼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소음유발 가구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 원형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는데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결국 스트레스를 줄이고 맞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복'을 택한다는 얘기다.

◆층간소음 원인은 '발소리' 73.1%

층간소음은 다세대 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공해다. 아이들 뛰는 소리, 발자국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가구 끄는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TV소리 등을 총칭하는 용어다.

층간소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식탁을 끌거나 마늘을 찧는 소리,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등 가볍고 딱딱한 소리를 의미하는 경량충격음과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발자국 소리 등 무겁고 충격이 큰 소리를 중량충격음으로 구분한다.

이웃사이센터의 상담건수를 분석해보면 층간소음의 원인은 아이의 뛰는 소리나 어른의 발소리가 73.1%로 압도적이다. 망치질 소리(3.7%)와 가구 끄는 소리(2.3%)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잠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는 경우 분쟁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계절별로도 차이가 있다.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철에는 상담문의가 적은 반면 실내활동이 많은 겨울철에는 문의가 많아진다.

◆갈등해결은 3자 대면으로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윗층의 사생활에 최소한의 변화만 주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 가능한 가구의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거나 가족 구성원이 슬리퍼를 신는 것 등이 변화의 시작이다. 소음시간을 한정하거나 방문에 스펀지를 달아 생활소음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층간소음의 피해자를 아래층에 사는 입주자로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아래층의 지속된 항의로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사생활 간섭을 당한다며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 윗집 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있는 이웃사이센터 상담직원들은 "강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해결하기 힘들어진다"며 "당사자끼리 대화로 풀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보다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피해 받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대화가 어렵다면 관리사무소나 입주자 대표 등 제3자의 주선을 통해 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 이웃사이센터 사례로 본 층간소음 문제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12가구 규모의 빌라동에 사는 E씨는 5개월간 위층의 발소리와 가구 끄는 소리에 수면 방해를 받고 있었다. 서너 차례 위층을 방문해 항의해 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E 씨의 상담을 받은 이웃사이센터 직원은 현장을 진단한 결과 작은 발걸음에도 크게 울리는 하자건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갈등 조정은 양측 대화로 풀었다. 위층 가족들에게 소음 감소를 위해 평소 슬리퍼를 신고, 의자 다리에 테니스공을 끼우는 것을 권했고 위층 가족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위 사례처럼 갈등이 조정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6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에서는 한 가정의 소음으로 1년 가까이 8가구 이상이 수면방해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소음가구는 가정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작업을 수행했는데 새벽 4~5시에 글라인더(분쇄기)와 망치를 사용해 주변 가정에 피해를 줬다. 글라인더 소음이 60dB을 넘을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소음가구는 생계유지를 위해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 이웃사이센터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상담을 이첩한다. 층간소음 분쟁이 대화와 이해관계를 넘어서면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 복잡한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원회의 알선·조정·재정신청 등의 방법으로 분쟁을 풀 수 있다.

☞ 이웃사이센터 접수 : 국가소음정보시스템(www.noiseinfo.or.kr) 또는 콜센터(1661-2642)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