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3. 17:31

봄철 밤하늘 별자리, 까마귀자리(Corvus)

봄의 대곡선이 끝나는 스피카 밑에 그다지 밝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는 4개의 별들이 있는데 사다리꼴 형태의 까마귀자리입니다. 이 별자리의 알파별 `알 치바(Al Chiba)`는 '까마귀의 부리'라는 뜻으로 지금은 어둡지만 옛날엔 밝았을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오랫동안 별이 죽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부에선 이 별자리의 형태를 보고 '돛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까마귀는 원래 태양신 아폴로가 애완용으로 기르던 새였는데 영리하기도 했지만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청 수다쟁이였을 뿐만 아니라 입만 열면 누구처럼 온통 거짓말 투성이였습니다. 이 새의 운명이 어떠할지 벌써 짐작이 오는 사람들은 눈치가 빠릅니다. 어쨌든 헤그위드가 해리포터의 우체부였듯이 이 새는 아폴로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습니다.

아폴로가 올림푸스 산을 내려와 테살리아의 산속에서 아드메토스 왕의 양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아름다운 공주 코로니스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며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낳았습니다. 이는 흔히 뱀주인자리(땅꾼자리)에서 땅꾼으로 묘사되는데 원래는 의사로서 훌륭한 명의입니다.

세월은 흘러 아폴로가 다시 올림푸스 산으로 올라가야 할때 이 심부름꾼을 보내 매일 코로니스의 안부를 듣기로 했고(좀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감시?), 이 새는 하루에 한 번 왕래를 하며 소식을 전했지만 언제부턴가 반복되는 같은 일에 싫증이 난 까마귀는 먼 거리를 나는 일이 귀찮아서 어느날에는 테살리아까지 가는 도중에 요정을 만나 한참 동안이나 수다를 떨다가 해가 져버렸습니다.

혼날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까마귀는 아폴로 궁전으로 돌아가서 이실직고 대신 특기를 발휘하여 거짓말을 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으니 그것은 코로니스가 밤마다 `알콜 드링킹 앤드 바람 위드 다른 남자`라는 것인데 이 말을 들은 아폴로는 분기탱천하여 당장 테살리아로 갔고, 거기서 코로니스와 함께 있는 그림자를 보고서 화살을 쏘았는데 그게 코로니스를 정통으로 맞혀서 그녀는 죽었습니다. 물론 다른 남자는 없었죠. 그림자는 바로 코로니스였던 것입니다.

매일 기다렸다는 말만 남기고 죽은 아내를 뒤로 하고 올림푸스로 돌아온 아폴로는 까마귀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아예 말을 못하게 함과 동시에 처음에 아름다운 은빛이었던 색을 시커멓게 칠을 한 다음 거짓말쟁이들에게 본보기로 삼기 위해 하늘에 별자리로 매달았습니다. 이제부턴 거짓말 하는 인간들은 쥐 대신에 까마귀라고 불러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