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8. 15:43

가을철 별자리, `페가수스(Pegasus)`의 네모난 창문

겨울철 별자리 관측을 오리온자리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가을철에는 `페가수스`부터가 좋습니다. 찾기도 쉽고 눈에 잘 띄기 때문이죠. 큰 사각형을 머리 위에서 찾아보면 됩니다. 페가수스는 우리 말로 `천마`라고 하는데 페르세우스가 처치한 메두사의 머리를 괴물 고래에게 보여줄때 그 머리에서 떨어진 피와 하얀 파도 거품을 재료로 포세이돈이 탄생시킨 순백의 날개달린 명마입니다. 하지만 이 우아~한 말이 하늘에서 거꾸로 날고 있는 모습인데 그 이유는... 말파리한테 쏘여서 그랬다는 ㅡ.ㅡ

'가을의 대사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별자리는 또 안드로메다자리와 별들을 공유하는데 사각형 부분이 그녀의 얼굴이 됩니다. 얼굴이 사각형? 그리고, 이 네 개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진 부분은 '우주의 심연을 보는 창'이라고 하며 여길 통하여 우리 은하 남쪽 바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안에서 2개의 나선은하와 막대은하 한 개를 볼 수 있고, 더 멀리는 우주가 생성된지 얼마 안된 지표로 보이는 `퀘이사(Quasar)`들도 관측됩니다. 즉, 빛의 과거를 보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이 네모난 창을 `페가수스의 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사각형을 이루고 있는 별들은 각각 알파별 마르카브, 베타별 쉬트, 감마별 알게니브, 델타별 알페라츠로 이 알페라츠는 `말의 배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별자리는 헤라클레스자리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하지만, 황소자리처럼 상반신만 별자리가 되어있는데다 날개도 없습니다. 그래서 날개달린 말이 하늘을 제대로 날고 있는 모습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됩니다.

또, 감마별 알게니브를 지나면 춘분점이 있는데 델타별에서 감마별까지의 길이만큼 남쪽으로 연장하면 그곳이 현재 가상의 춘분점이고, 이는 황도를 따라 2만 6천 년을 주기로 움직이는데 지금은 물고기자리에 있습니다. 페가수스자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메시에 대상으로는 구상성단 M15가 있습니다.

옛날 이오바테스 왕이 통치하고 있는 소아시아에 있는 리키아라는 곳에는 사자머리에 산양의 몸, 용의 꼬리가 짬뽕을 이룬 잡종괴물 `키메라(Chimaera)`가 눈을 부라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입에서 불을 뿜는 무서운 괴물로 여기저기 막 그냥 확~ 불을 지르며 불놀이를 하던 차에 왕이 수소문하여 찾은 코린토스의 왕자 벨레로폰(Bellerophon)이 괴물을 퇴치하러 나서게 되었는데 꿈에서 아테네 여신이 황금으로 된 말 고삐를 주며 히포크레네 섬으로 가라고 했고, 잠에서 깬 그는 그 말을 좇아 샘으로 가니 거기서 샘물을 먹고 있던 말이 황금 고삐를 보고는 말없이 오토매틱으로 그의 말이 되었습니다.

페가수스를 탄 그는 오늘도 트림을 하고 있는 키메라의 동굴로 날아갔습니다. 마침 트림을 하려고 보니 벨레로폰이 하늘에서 내려오는지라 그쪽을 향해 지대공으로 불을 뿜으며 덤벼들었지만 페가수스는 그 불길을 요리조리 피해 다가갔고, 벨레로폰은 긴 창으로 키메라를 찔러 무찔렀습니다. 이 공적으로 그는 이오바테스 왕의 공주와 결혼을 해서 부마의 자격으로 왕의 후계자까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는 페가수스를 타고 많은 모험을 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계속된 상승세에 그만 자만심과 오만함에 빠져버려 셀프 신격화를 하게 됩니다.

자기가 신이 된줄 착각한 벨레로폰은 격에 맞게 신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 높이 올랐지만 그걸 본 제우스는 건방진 그를 괘씸하게 생각하여 하늘을 날고 있는 페가수스에 말파리를 보냅니다. 갑자기 이 파리에 쏘인 말은 놀라서 거꾸로 뒤집혀 계속 날았고, 벨레로폰은 거기서 낙마하여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죽었니 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