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3. 12:11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 올베르스의 역설

땅엔 보드라운 새순이 돋아나고 어디를 보나 자연이 새롭게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저녁이면 '아크투루스(목동자리 알파별, 일등별)'가 동쪽 하늘 위로 떠오른다. 이것은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오리온자리와 쌍둥이자리,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의 별들은 서쪽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동쪽 하늘에는 밝은 '레굴루스(Regulus, 사자자리 알파별, 일등별)'가 황도 위로 올라온다. 그런데 화려한 겨울 별자리들과 떠오르는 여름 별들 사이에는 어두운 공간이 있다. 3월에 볼 수 있는 별자리들인 '게자리(Cancer)', '바다뱀자리(Hydra)', '살쾡이자리(Lynx)'는 찾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바다뱀자리의 '알파르드(Alphard)'를 빼고는 이들 별자리들의 어떤 별도 2등별 이상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알파르드` 역시 남쪽 하늘에 낮게 떠오를 뿐이다. 이들 희미한 하늘의 별자리들은 아주 맑은 밤하늘이라야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가 알아볼 이 희미한 별자리들은 밤하늘에서 가장 두드러진 몇 개의 별자리인 쌍둥이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 위치를 찾기는 쉬울 것이다. 상대적으로 별이 없는 풀룩스와 레굴루스 사이의 공간을 가리켜 세익스피어는 `밤의 촛불`이라고 불렀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1823년 '빌헬름 올베르스(Wilhelm Olbers)'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올베르스는 우주가 무한하고 그 속에 별이 불규칙적으로 꽉 차 있다면 밤하늘의 모든 곳은 별빛으로 환하게 밝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늘이 그렇게 빛나지 않는 것을 '올베르스의 역설'이라고 한다. 올베르스는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우주의 범위가 무한하고 별들이 일정한 밀도로 우주에 널려 있다고 가정할 때 별까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점점 더 넓은 공간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별빛의 강도는 줄어든다.

그러나 우리가 하늘의 어느 한 부분을 바라보았을 때 만날 수 있는 별의 수는 거리에 따라 증가하며 이것은 수학적으로 볼 때 별빛의 강도가 감소하는 것에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리가 멀수록 별빛은 약해지지만 빛을 내는 별의 숫자는 늘어난다는 말이다. 두 효과는 정확히 상쇄된다. 무한하고 균일한 우주에서는 밤하늘이 빛으로 환하게 밝아야 하며 우리가 어디를 보더라도 시선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별에 다다른다. 

하지만 3월 저녁의 검은 심연(위에서 얘기한 사자자리와 쌍둥이자리 사이의 어둔운 공간)을 바라보았을 때 밤하늘이 밝지 않다는 것은 명백해진다. 그럼 어떻게 이 역설을 해결해야 할까? 아마 우주는 올베르스가 가정했던 것처럼 무한하지 않을 것이다. 한계나 경계가 없는 우주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한하지 않은 우주를 생각한다는 것도 역시 불가능하다. 만약 한계가 있다면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별에서 방출된 빛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긴 하지만 어쨌거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특정 거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별이 아주 멀리 있다면, 빛이 그곳에서 지구까지 주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0억 년이 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오고 있더라도 우주가 현재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빛이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켈빈은 간단한 계산을 통해 "밤하늘이 밝게 빛나려면 우주는 적어도 수백조 광년(10의 14승 광년) 이상 무한히 뻗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의 우주는 아직 그 정도로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밤하늘이 검게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별들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태양을 비롯한 모든 별들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사를 반복하고 있고, 그 주기는 대략 수십억 년 정도이다. 허블망원경이 보내온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은하들 사이가 암흑으로 덮여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밤하늘이 검게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암흑의 세계는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배경복사`라는 마이크로파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밤하늘이 검게 보이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의 눈이 가시광선 이외의 빛을 볼 수 있다면, 빅뱅의 잔해인 마이크로파가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장관을 매일 밤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별의 분포가 `프랙탈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또 하나의 설명이 있다. 다시 말해 별들은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고, 그 양상을 확대해보면 유사한 형태가 나타나며 그것이 계속해서 한없이 반복된다는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