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3. 22:47

기름 유출 사고 태안 주민의 안타까운 자살. 4번째...

3월2일 태안 군청 광장에서 벌어진 성정대 '전(全)피해민 손해배상' 대책위원장의 영결식엔 이천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2월26일 집에서 넥타이로 목을 맨 채 발견된 성씨는 2007년 12월 태안 만리포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자 4500여 명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12만6천여개 보상건을 추진 중이었다.

그가 남긴 A4 용지 한 장짜리 유서에는 2007년 태안해역 유류피해로 처음 시작한 양식 사업이 엉망이 되고 채무만 늘어가는 처지가 된 데 에 대한 비관이 담겨 있었다. "해결 방안은 보일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하고도 원만한 배상이 이루어지길 촉구합니다." 성씨는 모든 위임 권한을 포기한다는 마지막 문구로 남은 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3월2일 성정대 전피해민 손해배상 대책위원장이 근무하던 사무실 앞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전피해민 대책위`는 총 15개 보상대책위 중 하나로 기름유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영세업자, 어민들이 소속되어 있다. 성씨는 서산수협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고 2007년 10월 전복양식을 시작했지만 그해 12월 유류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전복양식 사업은 첫 출하까지 3년 정도가 걸리는데, 성씨의 경우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보통 쓰는 종패보다 길이가 큰 중패를 사들여 사업을 시작하느라 초기 자본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기름유출 사고 이듬해인 2월 대책위를 설립했고 삼성의 배상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을 감행했다.

대책위 사무실 동료 직원은 "평소 굉장히 쾌활한 분이셨는데 최근 들어 부쩍 힘이 없어보였다. 관련 어민들이 왜 이렇게 해결이 늦느냐는 민원을 많이 제기해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상덕 사무국장은 "사실상 보상금을 기대할 수 있는게 삼성중공업밖에 없었는데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이 삼성중공업의 책임제한을 56억원으로 결정하자 크게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바로 항소했지만 그 때부터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졌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이번이 사고 이후 태안주민의 네 번째 자살이다. 영결식에서 김진권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 연합회장은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피해주민들의 완전보상을 향한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사IN / 임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