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8. 20:28

<영화 리뷰> 호빗(Hobbit) 3, 중간계 6부작 대장정의 마무리

호빗 3, 다섯 군대들의 전투 (The Battle of Five Armies)

호빗 보고 왔숑. 중부 지방은 어땠지는 몰라도 남부 지방은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려서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했는데 평일이고, 그래도 추워선지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널널한 극장 제일 큰 스크린관에서 관람했습니다.

같이 개봉한 `국제시장`은 복고 감성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옛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응답하라 1994` 스타일의 감성팔이라면 몰라도 그닥 땡기지는 않는게 영화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예전에 일부 상인들과의 안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테니. 그래서 언젠가 국제시장의 상권이 쇠퇴한다는 말을 들었을때도 별로 안타까움은 못 느꼈죠.

2012년말 `뜻밖의 여정`부터 시작한 호빗 씨리즈 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과 함께 중간계 6부작의 대서사시가 끝나는 작품이니 보러가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영화로 나오기 시작한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 씨리즈처럼 장장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해리포터하고 나니아 연대기는 둘 다 7부작입니다.

다만, 나니아 연대기는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이후 `마법사의 조카` 편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는데 아무튼 호빗 2편 마지막 장면이 호수 마을에 곧 변이 닥칠 것을 예고하면서 끝났기에 3편의 처음 시작이 어떨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작과 함께 용이 호수 마을에 분풀이를 하러 가면서 `데쓰, 데쓰`를 말하는데 되기는 뭐가 돼? 그렇게 예언은 이루어지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곧이어 또 다른 문제가 등장하기 마련이죠. 막대한 보물들과 어마어마한 황금이 깔려있는 곳이자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 천혜의 요충지인 외로운 산 에레보르에 엄청난 군사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 호빗 3편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규모 전투씬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줍니다.

가짜 지도자와 진짜 지도자

용의 습격으로 불바다가 된 마을은 일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그 마을을 이끌던 지도자(?)라는 면면들은 마을 주민들이 어찌되든 상관조차 하지 않고, 먼저 살려고 배를 타고 탈출하기에 바쁩니다. 보물을 잔뜩 싣고..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사건과 상당히 그리고 찐하게 겹쳐보이지요.

반면 진정으로 지도자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은 어렵더라도 다함께 살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렇다고 앞에 나서거나 선동하지도 않지만, 무리를 일깨우는데 필요한 말은 하죠. 그러면서 감독은 성향이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인간의 천성이란건 어쩔 수 없으므로 어디를 바라보고 지향할지 또 어디에 집중을 해야할지 그게 더 중요하다는 걸 교활한 등장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눈을 멀게하는 탐욕

원래 자기 것이었다 해도 잃어버린 후 그걸 찾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 험난한 여정을 거친 고생을 하고, 결국 되찾았으나 거기서부터 또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과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걱정과 강박으로 일순간 성격이 변하는 것도 어쩌면 무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토록 많은 황금과 보물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거기에는 난쟁이, 엘프, 심지어 용도 별 수 없습니다.

누구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 황금과 보물을 지키고 싶어할테고, 또 누구는 그 황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영화의 중대한 분수령이 되는 순간에서 난쟁이들의 왕 쏘린은 자기의 아버지와 달리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똑바로 직시하고 선택합니다, 왕다운 면모로서.

사랑의 속성

진정한 사랑, 그것이 결국 남기는 건 과연 슬픔과 비탄인가. 사실 한 번 잘 생각해보면 자기 마음조차도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건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이야. 그렇게 두 마음이 어찌하여 맞았다 한들 영원을 장담할 수도 없는 것을. 가슴이 아프지 않다면 그건 또 진짜가 아니지. 하여간 맘대로 안되고, 이래저래 골치 아픈 것 그것이 사랑인지.

<뭐,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꺼저버렷!>

<여기 너희들을 사랑해주러 내가 왔다!! 사랑이 아니라 사냥이겠지.>

갑자기 무슨 오크하고 트롤이 뭔 사랑 타령인지. 그건 그렇고, 제목은 다섯 군대의 전투지만 전쟁터에 참가하는 세력은 보다 더 다양합니다. 이건 영화를 보면서 직접 하나 하나 세어보세요 ㅋ 쏘린 일행은 성 안에서, 엘프 군대는 뒤에서 팔짱끼고 안 도와줘서 염장지르는 상황속에 드워프 철갑부대와 오크족의 군대가 막 붙으려고 할때 예상치 못한 반전의 멋진 장면이 펼쳐지고 동시에 그때부터 영화 막판까지 펼쳐지는 끝장 전투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