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14:01

'증세없는 복지'의 덫, 13월의 분노 낳다

1,600만명 연말정산 대혼란

소급 법 적용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야기한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따져 보면 ‘증세 없는 복지’ 도그마에 갇힌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직접 증세 없이 무상복지 재원을 만들려다 보니 우회 증세로 ‘거위(납세자)의 깃털’(세금)을 뽑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증세는 없다”면서 담뱃값을 올리고 자동차세·주민세 인상 추진에 이어 ‘13월의 보너스’까지 앗아가려 하니 ‘거위’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없던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세율을 올린 게 아닌 만큼 증세가 아니다”(안종범 청와대 갱제수석)라는 주장만 되풀이해 국민적 저항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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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의 본질을 무상복지 확대와 이에 따른 증세 딜레마로 진단한다. 돈 쓸 곳은 많아졌는데 직접 증세는 피해야 하고 결국 꼼수로 우회 증세를 하다가 ‘외통수’에 걸렸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21일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며 내놓은 대안이 비과세·감면 축소이지만 물 건너간 지 오래”라면서 “국민들이 복지 향상을 바라고 있고 세금 부담도 감내하겠다는 사람이 있는 만큼 담뱃세 인상 등의 꼼수를 부리지 말고 본격적인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법인세도 동반 인상했거나 연봉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에게 유럽처럼 42% 이상의 소득세율을 매겼다면 직장인들이 이처럼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상 복지에 재원이 필요하면 ‘증세 정공법’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연말정산 소급 적용’이라는 땜질 처방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표 떨어진다”는 지역구 아우성에 사태의 본질과 법질서 훼손, 법의 안정성은 뒷전이다. 당장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올해부터 소급 적용을 한다면 가뜩이나 펑크 난 세수를 어디서 메울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런 식이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우회 증세가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세제 전반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1220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