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20:38

"불편한 질문 안 하는 한국 기자들, 신년 기자회견, 연극 같았다"

왜냐하면 기자들이 다 죽었으므로. 마네킨과 함께 하는 연극. 불편한 질문하면 세무조사 들어감.

한 외신기자가 손을 들었다. 마이크는 그가 아닌 더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국내 언론기자에게 건네졌다. "앞으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에 박근혜가 답변하고 나자, 그 외신기자는 다시 손을 들었다. 박 대통령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질문권을 얻은 그가 이렇게 질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서울지국장 알래스테어 게일입니다. 주말에 미국시민이 한국으로부터 출국되는 일이 있었고, 최근에 외국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적 소송들이 한국에서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미국 국무부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면서 '일부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 따라서 남용의 여지가 있겠구나' 하고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혹시 지금이 국가보안법을 재검토할 적절한 시기가 아닌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알래스테어 게일(월스트리트 저널 서울지국장)기자는 표현의 자유가 지금 시점에서 왜 중요한지 궁금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산케이 신문, 신은미씨 강제출국, 국가보안법을 모두 '한국의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당국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종북 콘서트'라고 공격받은 신은미씨가 강제출국된 일이나 정윤회씨 관련 기사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소송 당한 일을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국가보안법 재검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외신기자의 뜻밖의 질문에 박근혜는 '남북분단의 특수성'을 내세웠다. "각 나라마다 사정이 똑같을 수가 없다"라며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법이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 그의 질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국내 언론이 전혀 제기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관심을 집중 시켰다. 특히 그가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보수-진보 개념이 얼마나 다른지가 극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알래스테어 게일 지국장은 "표현의 자유는 전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이다"라며 "미국이라면 신은미씨 강제출국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답변이 실망스러웠다"라며 "국가마다 각각 다른 법을 시행한다고 일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5년이 지났는데 왜 (국가보안법 같은) 검열이 존재하는지와 같은 주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년기자회견 당시 나온 국내 언론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얌전히 행동하고 연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박근혜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어야 하지 않나? 그게 언론이 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자들이 질문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달에 한 번 정도 기자회견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 열릴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국내 언론사들이 대통령을 향해 불편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는 기자가 건넨 명함을 슬쩍 보더니 "당신이 있는 곳이 독립적이고 외압을 받지 않는 언론사라고 생각한다면 그곳에 계속 있어라"면서 "그러한 곳이 한국 언론의 미래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50122155103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