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2. 15:15

`한글 2010` 요모조모 살펴보기

'91년 처음으로 `한글과 컴퓨터`사의 아래아 한글 v1.2 버전을 접한 후 20년째 이 프로그램을 써오고 있는 사용자의한 사람으로 이번 한글의 출시가 반갑습니다. 처음에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에서 검은색은 화면이요, 흰 것은 글자라 글자 크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단지 가로확대와 세로확대만 지원하며 글씨체도 명조, 고딕, 샘물, 필기체만 있던 때였지만 화면에 한글이 찍히는 게 마냥 신기했었답니다. 그해 여름 장만했던 386 PC의 VGA 그래픽 카드에서는 파란 화면에 하얀 글씨가 좀 더 예쁘고 매끄럽게 나오는 걸 보고 맘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제 막 PC가 보급이 되려고 하던 때라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학교 과제를 출력해서 가져가면 사람들의 시선과 이목이 집중되던 때였죠. ^^ 프린터라고 해봐야 지금에 비하면 구석기 유물이라고 할 정도의 시끄러운 45핀 프린터를 주로 쓰던 가운데 최초의 잉크 버블젯 그것도 흑백만 지원하는 프린터가 막 출시되던 시기였습니다. IT계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었죠.

한글은 1.5판 이후로 큰 도약을 하게 됩니다. 1.6, 1.8 버전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2.0으로 급속하게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벡터폰트가 대두되면서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고, 그래픽도 지원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발전과정에 단점도 만만치 않았으니 PC의 빈번한 다운이 문제가 되었지요. 암튼 도스(DOS)에서는 메모리 관리가 어려워.. 그래도 좋았습니다. 몇개 안되던 기능들이 대폭 늘어난 것도 맘에 들었고, 학교 가기 전이나 수업 마친 후 서점가서 하루 30분씩 서서 새로운 기능들을 공부했지요.

윈도우즈 95의 등장으로 한글은 또 한번 3.0으로 도약합니다. 이때는 버그가 더 심했습니다. 다행히 빠른 대처로 3.0b 버전부터는 안정화가 이루어져서 이후 한글 96이 나왔고, 학생 30% 할인으로 구입하기도 했는데 이게 오히려 한글 97버전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 IMF의 거대한 해일에는 이 `한글과 컴퓨터`사도 견딜 수 없었나 봅니다. 불법복제로 인해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던 회사가 한글 8.15 버전을 내놓고 단돈 10,000원에 눈물의 판매를 하다니. T.T 바로 가서 샀죠. 8.15버전은 한글 96의 기능들을 잘 접목시켜 한글 97을 훨씬 개선시켰습니다.

2000년을 들어서면서 한글도 뒤에 2000이라는 숫자가 2002, 2004, 2005, 2007로 계속 판올림되어 오다가 이번에 한컴오피스 2010 버전이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한셀, 한쇼도 포함되어 있는데 워낙 엑셀을 밥 먹듯이 써와서 이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하지만 우주에서 제일 훌륭한 문자인 한글을 컴퓨터에서 구현한 `한글` 프로그램에 대한 사랑은 처음부터 변함이 없어서 MS워드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내리 사랑을 해온 유일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이상 한글과 컴퓨터사의 아래아 한글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역사공부를 마치고, 한글 2010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속도가 2007 버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첫 인상부터 기분 좋네요. 메뉴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인터페이스가 화면 상단에 나타나있는데, 이건 기본 스타일이구요,

MS 오피스 2003 스타일로 바꾸면 이렇습니다만,

`우분투` 테마가 시스템에 설치되어 있는 관계로 이 시스템 스타일을 따르기로 합니다.
우분투 테마... 오래 쓰고 있는데 아주 깔끔해서 질리지 않네요. 바탕화면만 바꿔주고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료한 한글 2010의 엣지있는 스타일입니다. 보조창이 왼쪽에 있으면 왠지 불안합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정서적으로 정상입니다. 화면 하단 상태창 위에도 도구상자들이 있는게 괜찮아 보이는군요. 아, 그런데, 위 이미지에서 반드시(중요)!! 단축키는 한글 2010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2010판에서는 글꼴에도 변화된 모습이 보입니다. 우선
세로 글꼴의 지원이 보다 시각적으로 보이고 있고,

이렇게 `함초롬`체가 바탕체하고 돋움체 새로 2종류 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드는 점 하나는 이전 제품들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중명조`,
`신문명조` 등 많은 글꼴들이 모두 보인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신문명조체를
아주 좋아했는데 많아진 글꼴들을 보니 배부릅니다.

다른 형식의 문서로 저장할 수 있는 확장자가 더 많아져 워드
문서 docx는 물론 ODF 문서로도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새롭게 추가된 기능으로 `개인 정보 찾아서 보호`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것은 소중한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서에 들어있는 문자열들 중에서 체크한 항목을 안 보이도록 문자열 처리를 해 주는 기능이네요.

이번 `한글 2010`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로는 블로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원격 포스팅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이 기능은 바로 다음 포스트에 이어집니다.

언제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글`. 한컴사는 지금 내부 문제로 안습이지만, T.T 어쨌든 잘 풀리기를 바라며, 한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