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1. 16:47

법화경 `불난 집의 비유` - 1

… 바른 깨달음을 얻어 존경받는 여래는 지향하는 바와 욕망과 소질이 다른 중생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아신 뒤, 그들이 수행해야 할 길을 여러 가지로 설하시며 원인과 이유, 비유와 인연, 말의 해석 등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을 써서 법을 설하신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모든 설법은 최고의 바른 깨달음에 대한 것으로 이는 사람들을 보살의 길로 이끌기 위함이다.

사리불이여, 그 의미를 다시 널리 알리기 위하여 그대에게 한 가지 비유를 들겠다. 이 세상에서 지혜있는 이라면 설해진 의미를 비유로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예를 들어 고을이든 마을이든, 도시든 시골이든, 시골의 어느 지방이든 서울이든 어디라도 좋다. 그곳에 어떤 가장이 있다고 하자. 그는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했으며, 장자로서 고령에 이르렀으나 부유하여 재력이 있고 생활도 풍요롭다.

그의 저택은 높고 넓으나 오래되어 낡았으며 2백, 3백, 4백 혹은 5백이라는 많은 중생들이 살고 있다. 그 저택에는 문이 단 하나 있다. 현관은 무너졌으며 기둥은 썩었고 외벽이나 담장도 칠이 벗겨져 있는 바로 이 저택이 갑자기 큰 불덩이에 싸여 여기저기서 불꽃이 타올랐다고 하자. 또 그 사람에게는 5명이나 10명 혹은 20명의 많은 아들들이 있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사람만이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고 하자.

사리불이여,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의 저택이 큰 불덩이에 휩싸여 타오르는 것을 보고 두려워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하자.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하자. `나는 이 큰 불덩이에 닿지도 않고 타지도 않게 재빨리 도망쳐 나왔지만 내 아들들은 아직 어려서 집 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각자 즐겁게 놀고만 있다. 이 집이 불타고 있는 것도 모르며 알지도 못하고 당황하지도 않고 오직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이 큰 불덩이에 싸여 있으면서 큰 고통이 다가오는데도 그들은 느끼지 못한다. 또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라고. 사리불이여, 그 가장은 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나에게 힘과 능력이 있으니 아이들을 업어서 구출한다면 어떨까.` 그러나 그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이 집 입구는 단 하나밖에 없고 문은 닫혀 있다. 또 아이들은 얌전치 못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화를 입기 전에 알리자.`

이렇게 생각해서 그는 아이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이리 나오너라. 빨리 도망치거라. 지금 집이 불타고 있으니 다치기 전에 어서 나오너라."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에 빠진 나머지 밖에서 부르는 것도 모르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아무 생각없이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친이 있는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이 무지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가장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집은 큰 불덩이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다. 나와 아이들이 화재 때문에 재앙을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방편을 써서 아이들을 불타는 집에서 나오게 해야겠다.` 이 가장은 아이들이 전부터 무엇을 가지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으며 성격도 잘 알았다.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장난감 - 가지각색의 재미난 것으로 모두가 원하는 보기 좋고, 마음에 꼭 들면서 구하기 힘든 것 - 이었다.

가장은 아이들의 바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이 가지고 놀기도 아주 좋고,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여러가지 장난감 - 너희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보기 좋고 마음에 꼭 드는 소 수레, 양 수레, 사슴 수레 장난감 - 을 전부 집 밖에 놓아두었다. 자, 얘들아, 이리 나오너라. 그러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 이것을 가지러 빨리 나오너라."

그러자 아이들은 전부터 가지고 싶던 장난감 이름은 듣고 재미나게 놀 생각에 타오르는 집에서 재빨리 뛰쳐나왔다. `누가 제일 빨리 나가는지 보자`하며, 서로 다투듯 재빨리 타오르는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때 가장은 아이들이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고, 네거리의 땅 위에 주저앉아 기쁨에 젖어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때 아이들은 부친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소 수레, 양 수레, 사슴 수레 같은 여러가지 즐거운 장난감을 주세요."라고.

사리불이여, 그래서 가장은 아이들에게 바람처럼 빠른 소 수레를 주었다. 이것은 칠보로 되었고 손잡이가 있으며, 방울이 달린 그물이 드리워져 있고, 높고 크고 멋지게 진귀한 보석으로 장식되었고, 보옥의 화환이 아름답게 빛나고 화만으로 장식되었으며, 자리에는 천과 모포가 깔리고 양측에 옥약목과 비단으로 덮인 붉은 베개가 놓이 있는 수레였다.

또한 발이 빠른 흰 소가 끌며 많은 사람들이 딸려 있고 왕자의 표시로서 깃발이 있는 수레였다. 가장은 같은 모양과 같은 종류의 소 수레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왜나하면 사리불이여, 그는 부유한 큰 재산가이고 많은 참고를 가지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형편없는 수레를 주지는 않겠다. 이 아이들은 다 내 아들들이고 모두 사랑스러우며 마음에 든다. 더욱이 나에게는 이런 큰 탈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해야지 불평등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나는 많은 보물창고가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런 큰 탈것을 줄 수가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어찌 아이들에게 주지 않으랴`라고. 아이들은 그때 큰 탈것을 타고 훌륭하다고 놀랄 것이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 탈것을 말했는데 나중에 훌륭한 큰 탈것만 준다면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는가?"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 사람은 절묘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불타고 있는 집에서 나오게 하여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옵니다. 아이들이 모두 죽지 않았기 때문에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설령 그 사람이 아이들에게 수레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거짓말쟁이는 아니옵니다.

그는 처음부터 `절묘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거대한 불덩어리로부터 벗어나게 하자`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보아도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유함에 맞는 큰 탈것을 준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에게 거짓말한 죄는 없사옵니다." 이 말을 듣고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