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6. 11:40

칠석(七夕)에 즈음하여

● 참 좋은 날 ●

애절한 사랑과
긴 기다림 끝에 만남을 이야기하는
칠월 칠석의 견우와 직녀가 생각납니다

아마 하늘 사람들 사는 모습도
우리 인간 세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길쌈을 하여 천을 만들기도 하고
밭을 일구어 양식거리를 마련 하였던 듯
이야기 속 남녀의 직분은
다분히 서민적인 일입니다

사랑에 눈을 뜨고
점차 눈이 멀어 가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하고
마침내 벌을 받아서
일년에 한번  만나게 되니

갈가마귀와 까치 참새등이 하늘에 올라
몸과 몸을 연결한 다리  오작교를 만들면
둘은 한없는 그리움을 안고 눈물을 뿌리며
하루 밤을 만나게 그리움을 나누고

다음 날이 밝으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운명적인 별리의 이야기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 회자정리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사랑과 미워하는 것을 경계하시는 말씀으로
사랑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하시며

생노병사의 네 가지 고통에다가
애별리고와 원증회고 두 가지 그리고
구부득고와 오음성고를 합하여 팔고를 설하시니
삶의 전반을 흐르는 애환과 비탄이 모두
고통의 바다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하시는 바입니다

불교가 존재하게 되는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인생이 고통의 바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하여

필경에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러 가는 피안의 삶을
목표로 제시하는데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는 길은
조각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똑딱선을 타고 건너기도 하며
조금 큰 배를 건조하여 타고 건너기도 하고

항공모함과 같은
배 같지 않은 배를 타고 건너거나
바닷물을 퍼내고 말려서 건너 가거나
우직한 사람은 아예
바다에 긴 다리를 놓아 건너기도 하지만

건너 가겠다고 마음 먹는다 해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풍랑을 만나 좌초할 수도 있으며

절해 고도에 표류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몸과 마음을 내맡길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출격장부라 할 수 있는
우리 부처님의 제자들은
바로 무저선 즉 바닥 없는 배를 띄워
바다를 뭍으로 만들고
피안을 차안으로 만들어
한걸음도 움직임이 없이
안전하게 건너갈수 있는 것이니

그것이 바로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의 수승한 방법입니다

차안에서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의 깨달음과 실천의 길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통하지 못하는 데가 없고
이르지 못하는 부처 세계가 없어서

영겁도 한 순간이며 만리도 지척 같으니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어려울 것이 있으오리까

하릴없이 생각을 굴려 본다면
인간 세상의 일년은 몹시도 길어 보이나
하늘의 계산법 가운데는
어느 하늘의 하루가 인간 세상의 오십년
혹은 백년이 되는 하늘도 있다 하는데

인간 셈법의 일년 만에 한 번 만남은
하늘 셈법으로는 따지는 하늘의 하루로는
수백 번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니

다만 그 같은 내용을 통하여
각자 맡은 직분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늘 만나고 있음에도
그리움이라는 병은 마음 속으로 깊어만 가고
우리는 어쩌면 늘 걸음마다
열반의 길을 걸으면서도
열반을 향한 애틋함만
쌓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든 것이
두루 구족해 있음을 보는 사람이
정말로 깨달은 사람이요

우리 부딪히는 일과 사람마다
불사를 이루고 부처를 짓는 일임을 자각한다면
칠석의 의미가 더욱 새로워 질 것입니다

태어남은 돌아감이요 (생자 필멸)
만남은 헤어짐이며 (회자 정리)
오르고 내려감 뜨고 가라앉음이 (승강부침)
모두 하나의 두 표현이요 단어일 뿐
다른 점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가 참 좋은 날입니다

- 원효사 심우실에서 -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