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7. 21:49

싸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

배 안에 갇힌 승객 구조율 0%를 기록한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들이 만약 안산 단원고로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주소지와 학교가 다른 학생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각 지역과 그 학부모들이 연대한 전국 네트워크가 결성되어 한결 투쟁이 더욱 강력했을지도 모릅니다.

싸드도 성주로 확정되기 전까지 그 떠들썩했던 전국적 이슈가 갑자기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확실히 이 나라 냄비근성 맞네요.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동네 아니면 그만... 진지하게 보다 큰 그림을 보면서 담론을 형성하며 토론할 수준을 바라는게 무리겠지요.

s (8)

싸드 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마치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나온 맥락과 맞닿아 있어보입니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 멋진 강변 풍경, 그런 강에서 즐기는 레저 활동,  유람선을 타고 뱃길 전국일주 관광, 자전거만으로 국토 장정, 몇 조의 경제유발 효과 등등. 일부 그런 기능도 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진실은 다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얼마 안 가서 다 드러날 것들을 당장 눈가리고 아웅하기 급급해 싸드 배치에 있어 반대측의 주장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들만 나열하면서 강조하는데 그 중에는 맞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오류가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s (9)

첫째는, 왜 우리는 전투기를 비롯한 레이더나 미사일 등 무기 체계를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미제 무기들만 막대한 돈을 들여 주구장창 사들이는지. 싸드는 미군이 반입하는 거라지만 그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리가 일부 부담하지 않습니까.

둘째, 자주 국방, 전시작전권 환수 이런 말을 하면 왜 안되지요? 우리 땅을 우리 힘으로 지키자는 것과 군사 주권을 회복하여 유사시 우리나라를 방어하고, 우리국민을 지키는 걸 우리가 하자는 게 뭐가 잘못된 겁니까.. 하지만, 현실은 미국과 일본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게 지금의 이 나라 모습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친일파 매국노들의 논리는 괜찮고, 북한은 안된다는 개독 알바와 댓글 알바들.

s (1)

셋째, 중국은 우리 한반도를 감시하는데 왜 우리는 중국을 감시하면 안되는가. 이건 중국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지들을 감시하는 건 무방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싸드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는 것이니 중국과 여기에 더해 러시아도 반발하면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죠. 그리고, 이건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당연한 겁니다.

넷째, 싸드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것이지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말도 맞겠죠. 여기에는 일본과 괌의 미군기지도 포함될테고요. 그런데, 혹시 이런 거 생각을 안 해봤는지.

s (2)

한반도에 싸드가 없는 상태에서 만약 중국이 대륙간 탄도 핵미사일 ICBM을 태평양 건너 미국 대륙으로 쐈다고 할때 대기권 상층으로 신나게 날아가는 미사일을 태평양 절반 이상을 간 상태에서 미국이 감지하여 그때부터 부랴부랴 방어하는거 하고, 한반도의 X-band 레이더가 중국이 쏘자마자 감지해서 미국 본토에 통보하는 거 하고, 어떤게 미국 입장에서 좋을까요. 이건 미국 방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국 싸드의 한반도 전진 배치는 이것 만으로도 그간의 상황 판떼기가 완전히 달라졌고, 이야기의 한 단락이 아니라 한 챕터가 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동아시아의 경제, 정치, 외교, 군사 전략 이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확률이 큽니다. 왜냐하면 시시각각 선택해야할 옵션들이 많아지고, 또 강요되는 압박의 수위도 커질 것이기에. 어쨌든 항상 그렇듯이 결론은 국민들 스스로가 알아서 각자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