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13. 16:12

조선의 방외지사(方外志士)

조선의 방외지사 - 6점
이수광 지음/나무처럼(알펍)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비롯해서 특이한 사람들도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흔히 이런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괴짜` 혹은 `아웃사이더`라고 하지만 이미 예전부터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방외자`.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역사를 정의하면서 `아와 피아 간 투쟁의 연속`이라고 했듯이 어느 세월에나 기득권에 속하는 주류가 있었고, 거기에 속하지 못한 더 많은 비주류가 있었다. 주류라고 해서 모두 됨됨이가 옳고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듯이 비주류라고 또한 무조건 B급이나 마이너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B급이나 마이너면 어떤가. 어차피 역사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은 주류든 아니든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던가. 그래도 나름 자신들 만의 삶을 살았던 비주류 방외지사들 중 역사에 기록되어 전해오는 이들도 있다.

비록 세상을 구하거나 영웅적인 업적을 남긴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의 다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들 중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신분제도에 의해 방외자가 되었든 시대와의 불화로 방외자가 되었든 역사에 기록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특히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들을 하찮게 여기는 기록 또한 많다. 실록이 사대부들에 의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에 맞서 나름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았던 조선시대 비주류가 주인공들인 이야기에는 크게 이방으로 대표되는 아전들과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원, 국운과 사람들의 운명을 봐주며 세월을 풍미했던 점술가, 유학만을 학문으로 인정하던 시대의 아집으로 천대받았던 무인들, 남 모르는 한이 많았을 것 같은 내시와 궁녀들, 거기다 스스로 기득권을 주저없이 포기했던 이단아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소리없이 희생당한 여성의 대명사인 `첩실`, 그나마 그래도 신분제도의 억압에서 출세할 수 있었던 역관들, 그러한 억압된 신분사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던 부랑자들, 그 외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조선시대의 장인들 등 다양한 직업군과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 중에서 제일 관심있게 읽었던 대목은 국운을 내다보고, 격암유록을 지었던 남사고와 맹인으로서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점쳐주며 한 번도 점괘가 틀린적이 없었다던 홍계관이 나오는 점술가들 그리고, 검선으로 불리던 김체건과 그 아들 김광택에서 조선검의 명맥이 이어지는 백동수가 등장하는 무인들이었다. 홍계관의 점괘가 딱 한 번 틀린 것은 수명이 다한 사람이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을 해서 15년을 더 살았다는 부분이 너무 흥미로웠고, 만약 임진왜란이 그 다음 해인 계사년에 일어났으면 그때 벌써 나라가 망했었다니. 그래도 이순신 장군이 계셨을텐데... 그나저나 너무 공교롭게도 올해가 2013년 계사년이네.

이어 내시와 궁녀들에서는 첩첩이 둘러싸인 구중궁궐.. 은밀한 대궐 내에서의 금지된 사랑이 사단을 불러온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그 결말들은 아름답지 못했다. 내시들 중에서 연산군 시대 이미 7대의 선왕들을 모셔온 내시 김처선이 연산군의 폭정과 악행을 직언하다 죽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칼에 맞아 죽는 순간까지 연산군을 향한 애정어린 직언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충신 중의 충신까지 죽인 연산군이 벌였던 당시 행태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TV에서 사또를 보좌하는 말단 관리들로만 알았던 아전들이 실제로는 각 관아의 주인으로 실권을 가진 실세였으며 명예롭고 청렴하게 일했던 이들도 있었으나 녹봉이 박하여 비리나 치부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요 근래 사극 드라마 `허준 2` 제작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호랑이를 치료해주고 기이한 물건을 얻은 의원 `양예수`를 비롯해서 실제 `허준`은 침술보다는 약술로 병을 치료했고, 오히려 침술은 같은 시대에 명의로 이름을 떨친 `허임`이라는 의원이 뛰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타임슬립 의술드라마 `명불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