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30. 14:47

황금꽃의 비밀(Das Geheimnis der Goldenen Blüte)

황금꽃의 비밀 - 8점
카를 구스타프 융 & 리하르트 빌헬름 지음, 이유경 옮김/문학동네

이런 말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단언컨대`.. 잉? 단언컨대, 이 책 1부는 건너뛰고, 2부만 읽어도 무방합니다. 이 책은 중국의 선도술인 `태을금화종지`를 리하르트 빌헬름이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재번역한 문서입니다. 그리고, 1부는 칼 구스타프 융의 저자와 작품에 대한 소개 그리고, 본인이 수행해온 연구와의 상관관계 등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읽어봤지만 아니무스와 아니마를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신박했고, 나머지에서는 무슨 말인지 당최 잘 모르겠는 부분 부분들도 있음.

이건 번역과는 상관없이 물론 심리학을 잘 몰라서 이해를 못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저쪽 서양의 사고 방식이나 체계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양의 수행법과 철학은 형이상학에 속하므로 논리와 서양의 철학 그리고, 심리학으로만은 설명하기 힘들다고 보는데 융은 이걸 자신의 연구 영역인 심리학의 범주 안에 넣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는게 다소 무리라고 생각되며 초심리학으로 가기 위해 심리학을 넘는 시도 자체에 대해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 맨 첫줄에 쓴 문장의 이유들 중 하나에 들어간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동시성`이라는 말과 그걸 설명한 부분에는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2부에서부터는 아주 좋은 내용이 펼쳐지면서 매끄러운 번역과 함께 읽기가 수월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내공양생이나 신선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빛과 같은 선물이죠. 리하르트는 선교를 목적으로 중국에 가서는 오히려 그 곳의 문화를 경이롭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심취해 오랫동안 연구함으로써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동양의 정수를 소개하기에 이르렀는데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綜指)의 원문 번역과 함께 해설까지 곁들여 상세한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마 태을금화종지에 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은 안 읽어도 될 정도로 잘 쓰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책 뒷편 마지막 부분에는 또 하나의 훌륭한 내공술 서적인 `혜명경`에 관한 짤막한 소개와 핵심 내용도 수록되어 있는데 태을금화종지도 뛰어나지만 이 혜명경 역시 양생법에 관한 훌륭한 보고입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번역은 잘되어 있지만 일부 용어 몇 가지는 조금 수정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이를테면 에로스, 로고스, 직관의 3대 요소를 정, 기, 신으로 또, `심장`이라는 단어는 일부에서는 그 의미 그대로 쓰여도 될 듯하나 이걸 `마음`으로 바꾸면 더욱 자연스런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성`은 우리 말에서 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으니 (회광)반조라고 하면 더 좋을 듯하고, 원환주행은 그대로 써도 무리는 없겠으나 좀 더 친숙한(?) 표현으로 소주천이 있습니다. 그리고, 음.. 풍뎅이는 예전에 원문에서 쇠똥구리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개똥벌레..? 뭐 이건 아무래도 상관없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