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7. 16:00

인공지능 + 증강현실 안경 나오면 스마트폰 사라질까?

구글의 연례개발자회의(구글 I/O)가 열렸던 지난 17일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올라 공개한 `구글 렌즈`... 꽃을 촬영하면 어떤 종류의 꽃인지 알려주고, 일본어가 적힌 간판을 찍자 영어로 번역이 돼 어떤 종류의 음식을 파는 음식점인지 보여주며 철조망 너머 야구하는 아이를 촬영한 사진에서 자동으로 철조망을 없애는 시연을 보였습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감탄사가 터져나왔습니다.

구글 렌즈는 사진 앱이 아니라 이번 발표로 미래 사업의 중심 축 중 하나를 공개했으며 컴퓨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탄을 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글 렌즈는 이번 I/O를 통해 '이미지'로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내며 명령을 수행하는 트렌드를 선보였습니다.

I/O를 키보드 입력이나 터치가 아닌 촬영하는 것만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날 구글 I/O 시연에서도 와이파이 기기의 복잡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적인 안내판을 찍으면 자동으로 접속하는 시연을 했는데 이게 중요한 점이 이미지 인식을 넘어서 '실행(Excution)'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카메라가 I/O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AI)이 획기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지난해 이세돌에 이어 올해 중국 커제를 물리쳤듯 이미 특정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은 인간 능력을 뛰어넘어 차원이 다름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미지 인식 능력에서도 기계학습(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인식 오류율이 이미 2015~2016년 기준으로 인간을 넘어섰고, 현재는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읽어 추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바로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되는데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명령을 수행하고 추가 정보를 붙여서 새로운 정보와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으며 이제 '카메라'는 곧 스마트폰 카메라를 뜻하게 됩니다.

구글은 올해 I/O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 · 수행하는 것을 시연했고, 페이스북도 지난달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연례개발자콘퍼런스(F8)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재미있는 이미지를 덧붙일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소개했습니다.

앞으로 카메라는 안경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력이 나빠져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더 잘 보기 위해 안경을 쓰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겁이다. 실제로 안경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안경을 쓰는 인구는 2010년 기준으로 29.3%에 달하고 2050년에는 세계 인구 중 49.8%에 달하는 48억명이 안경을 쓰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구글은 구글 렌즈를 이미지 인식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 부문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며 2012년 시제품을 공개했다가 개발을 중단한 '구글 글라스'를 구글 렌즈와 함께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페이스북도 미래 미디어로 '안경'을 꼽았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올해 F8에서 "증강현실 기능을 탑재한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TV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대체할 것"이라면서 "10년 안에 안경 미디어가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인공지능 기반 증강현실 안경 전쟁에는 애플도 뛰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은 이미 수백 명 규모 전문가들로 구성된 증강현실 기술 개발팀을 꾸렸고, 이 팀은 아이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안경, 증강현실 카메라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증강현실 관련 카메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플라이바이미디어,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사 메타이오 등을 인수했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10월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증강현실을 구현하기까지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일단 적용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증강현실 없이 생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지금 전화 없이는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홀로렌즈'를 내놓으면서 증강현실 기기 시장에 일찍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MS)도 미래 미디어로 부상한 인공지능 기기(안경) 분야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MS도 상당한 인공지능 기반 기술(코타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글로벌 기업의 이 같은 개발 경쟁에도 당장 3~5년 내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로 부상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애플과 페이스북 비밀 프로젝트를 미리 경험해봤다고 하는 실리콘밸리 한 반도체 전문가는 "현존하는 광학 기술은 플랫폼 기업들 요구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지금은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아직 발표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지금 개발 속도로 보면 1~2년 내 큰 그림을 발표하고 3~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기사 출처 - http://m.mk.co.kr/news/headline/2017/359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