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6. 06:51

병자호란 속에 빛난 신궁, `최종병기 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청의 기창, 왜의 검, 그리고 조선의 각궁은 동북아의 전통적인 3대 무기이고, 그 중에서 활은 원거리 공격용으로 조총보다 사거리가 더 길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지세가 좁으며 험한 곳이 많아 이런 곳에 성벽을 쌓고, 멀리서 다가오는 외적에 활을 쏘아 격퇴시키는 전법이 지리적으로 매우 유효했다. 그래서 활이 발달한 건지는 모르나 어쨌든 우리 민족은 옛부터 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쏘았다. 

창졸간에 당한 임진왜란도 큰 상처였지만 그 이후 일어난 병자호란은 더욱 뼈아픈 역사의 상처로 다가왔다. 외교를 모르는 무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눈이 어두워 급변하는 나라 밖 정세를 못 보고 그로 인해 앞날을 대비하지 못했으니 언제나 당하는 것은 힘없는 조선의 민중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없는 민중에서 오랑캐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신궁이 나왔으니.

실제로 병자호란 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조선을 거침없이 짓밟던 청나라 군대의 장수를 멀리서 단 한 발의 화살로 목을 꿰뚫어버렸던 이가 있었으니 그는 무인이나 장수의 관직에 있었던 것도 아닌 유생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유생들은 앉아서 글만 읽은 것이 아니라 창술이나 활쏘기 등의 무예를 틈틈히 익히기도 했었다.

영화에서는 하나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역적의 자식을 등장시킨다. 역적의 자식이라고 해서 어디 역적의 자식이겠는가. 역모죄라는 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무사 백동수에 나왔던 병조판서 홍대감도 그러지 않았던가. 힘있는 자들이 자기들의 울타리에 위협적인 나라의 동량과 재목을 싹이 나기 전에 쳐내는 수단이 그것이었음을.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파벌을 생각치 않고, 광해군과 북인들이 나라를 다스리며 외교실권을 잘 운용했더라면 병자호란을 막고 역사가 달라졌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명나라도 그 수명이 다하기 시작했기에, 동북아의 정세를 읽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외교전을 펼쳤어야 했었다. 그것은 굴욕이 아니라 현명함과 슬기로움으로 명과 청나라 사이에서의 줄다리기 외교는 조선이 전쟁을 겪지 않고 실리를 얻으며 동북아의 강자로 일어나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임진왜란 후 피폐해진 나라는 또 다시 전쟁의 참화에 빠졌고,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조선사람들 상당수가 붙잡혀가고 거의 돌아온 사람이 없는 난리 통에 끌려간 누이를 구출하기 위한 주인공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청나라 장수들과의 활 대결이 볼만하다. '태산과도 같이 서서 호랑이의 꼬리처럼 말아 쏘아라...' 허공을 가르며 살아 움직이는 화살이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신묘하면서도 감탄스런 활 솜씨를 감상해 보자. 고지전, 퀵, 7광구 중에서 선택했던 '최종병기 활'. 개봉 5일 만에 100만을 돌파한 이 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보다 보면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하는 게 좋고, 실제로 활 한 번 쏘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지금 다시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는 모든 것이 첨예하게 엮여져 있어 연쇄 파급효과라는 잠재적인 위험으로 도미노 붕괴가 일어나면 판 전체가 뒤집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도 점점 심상치 않고, 우리가 강력한 동맹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도 저가 먼저 살기 위해서라면 우방이라는 허울을 언제든 벗어던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불쌍할 뿐이다. 그렇기에 참담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해득실의 계산을 따져 실리를 추구하는 현명함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언제까지나 당하고만 살 수는 없기에.

 

영화 `남한산성`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볼만하네요. 보는 내내 허탈한 웃음만~ 그 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지요. 작가 김훈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인 두 배우의 주고받는 대사들 '이것들이 밥도 못 먹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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