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7. 17:30

오늘의 점심메뉴, `선지국밥`

좀 우습지만 20살이 갓 넘었을때만 해도 이 선지를 못 먹었는데 그건 비위가 약했다기 보단 전에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국물과 다른 건더기만 먹고, 선지는 남겼더랬죠. 바로 맞은 편에 앉았던 여자는 선지까지 잘도 먹던데 ㅎㅎㅎ

대학교 3학년 때 시험도 끝났겠다. 에라~ 술이나 한 잔 마시자 해서 갔던 시장통 선술집. 그때는 물가가 지금보다 낮아서 밥값에 책을 사고, 좀 놀아도 돈이 짜치지는 않았는데 그건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물가가 낮았기 때문임을 강조! 하고 싶군요. ^^ 학교 구내식당의 밥값이 1,000원 안팎이었던걸로 기억나니 이거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나.  등록금도 국립인데다 그때에는 지금과 달리 크게 부담없는 수준이었으니. 요즘 대학생들과 학부모들 등록금에 허리 휘는 거 보면 많이 안타깝고, 학교는 이익집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당국의 무늬만 자율화를 앞세운 정책에 반감이 많이 듭니다. 원래 대학생 때는 무엇보다 낭만적인 추억이 많이 남아야 하는 시기인데...

어쨌든 그 시장통 선술집에서 맛보았던 선지국!! 그렇게 맛있는 선지국은 먹어본 적이 없었지요. 처음엔 선지국이 아니라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다들 장골들이고, 저녁 시간이라 배가 고팠기도 했기에 할머니에게 말해서 한 켠 구석에서 계속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끓고있는 선지국 좀 달라고 했더니... 글쎄 할머니가 솥에 있는거 실컷 퍼먹고 다 먹어도 좋다고 하시지 뭡니까..?? 우리는 아주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이게 왠 떡이냐 하면서 그날 그 집에 있던 큰 솥에 담긴 선지국을 먹고 또 먹다가 나중엔 배가 불러서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나왔습니다. 그런 우리의 인정 넘치는 시장통 문화도 이제 많이 사라졌기에 아쉬움 역시 많이 남습니다...

며칠간 이어진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떴지만 스산하게 부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 오늘 조금 늦은 점심으로 선지국밥이 생각나서 가끔 가는 식당엘 갔습니다. 여기 선지국이 괜찮아요. 고춧가루, 후춧가루, 마늘 듬뿍 담아서.

봄철에는 그저 나물 반찬이 최곱니다. 약간 늦게 갔더니 사람들도 없고 한가해서 그런지 국에 신경을 좀 써 주셨더군요. 선지와 함께 소고기가 두툼하게 많이 들어 있어서 아주 흐뭇하게 먹었습니다.

마침 TV에서는 `응씨배` 바둑 예선전이 방송되고, 원성진 9단과 박영훈 9단의 팽팽한 대국이 진행되고 있길래 보면서 먹었답니다.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크고, 독감이 유행하면서 아직 추운 때 선지국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