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데이터 정보수집과 감시의 시대
정보는 무궁무진하며, 빅데이터 기업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들의 최종목표는 개인에 관해 언제나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당장에는 무의미하게 보이는 데이터라도, 거기에서 돈이 되는 쪽으로든 정치적, 사회적으로 흥미로운 쪽으로든 쓸모있는 정보를 뽑아낼 알고리즘이 나올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총체적 감시의 시대에 들어와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개발한 인물 중 한 명이자 지금은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빈턴 서프의 말대로, 이제는 프라이버시가 `이례적인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프라이버시의 실종을 슬퍼할 이유도 없지않은가?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처럼, 지구촌은 모두에 대해 모두 다 알았던 과거의 마을에 비하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진짜 마을에서는 누가 자신을 감시하는지 알 수 있고, 타인을 감시하는 사람도 감시의 대상이 된다. 특히 이같은 자기 감시는 불완전하다. 이웃의 눈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커튼을 치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가 대대적,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지며, 비물질적이고 전지적인 성질의 권력에 의해 모든 정보가 한곳으로 집중된다.
미국 드라마 <더 프리즈너 The Prisoner>에 나오는 `빌리지`와 비슷하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사실은, 프라이버시는 꼭 필요한 호흡과도 같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가윤리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생물학자 장 클로드 아메장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프라이버시는 숨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적이지 않은 공간으로써, 우리가 나중에 공공의 광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생물학적으로 잠이 꼭 필요한 것처럼, 사회학적으로는 프라이버시가 꼭 필요하다. . . 완전한 투명성은 새로운 형태의 종교재판과도 같다. 투명하다는게 무슨 뜻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통과한다는 것, 따라서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 자신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지금 사회는 정직함과 투명함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삶 구석구석으로 끼어드는 디지털 감시에서 벗어나려면 인터넷 접속만 끊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접속을 끊어도 우리는 여전히 감시의 눈길아래 있다. 바로 감시 카메라 때문이다. 요즘에는 보안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장소에도 공공장소에도 잠시 카메라가 넘쳐난다.
유럽에서 영상 감시의 수도로 통하는 런던에는 30만 개가 넘는 `디지털 눈`이 설치되어 있으며, 경찰의 계산에 따르면 시민 한 명이 하루에 많게는 300번까지 감시 카메라에 찍힌다. 게다가 이 디지털 눈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 읽는 법은 배운데 이어, 이제는 군중 속 한 사람의 얼굴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식별할 줄도 안다.
심지어 뒷모습만 찍혀도 누구인지 알아본다! 조만간 대도시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예견한 이 감시의 눈에 더해, 실리콘밸리의 연구실에서는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도시에 띄우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이 우리의 말이나 생각을 세세한 것까지 파헤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도 다 알지 못하는 우리 속마음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사회는 오웰이 그려낸 악몽의 수준을 넘어섰다. 매트릭스는 우리의 내밀한 충동을 간파하고, 우리 행동의 숨은 의미까지 알아낸다.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데이터 metadata라는 정보 덕분이다. 예를들어 전화 통화에 대한 메타데이터는 통화내용만 빼고 전부 다 알려준다. 누가 누구와 통화했고, 언제 통화했고, 어디서 통화했고, 얼마나 통화했고. . . 사실 정보기관은 이 기술적 부산물을 오랫동안 쓸모없는 찌꺼기로 취급했다. 감청의 목적은 무엇보다 통화내용을 엿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데이터 기업이 무정형의 데이터 더미를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숨어있던 잠재력이 발견된 것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처리되는 메타데이터는 메일, 문자메시지, 녹음된 대화의 내용과는 다른 비밀을 말해준다. 은행거래, 위치정보, 유전자 서열, 선거인 명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업체 등 그 무엇에 관한 것이든, 익명의 삶의 부스러기로 가득한 데이터 창고일지라도 처리작업을 거치면 그 안에 쌓여있던 온갖 것이 정체를 드러낸다.
인간이 이처럼 추적되면서 투명하게 파헤쳐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머지않아 우리는 각자 수백만 가지의 개인 정보를 아주 내밀한 것까지 저장당하면서 살아갈 엇이고, 한번 저장된 정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에 대해 이 정도의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는 것은 공산주의나 파시즘 체제에서 나타난 가장 발전된 형태의 독재에서도 없던 일이다.
NSA는 정보를 정제하기 위해 `컨택트 체이닝 contact chaining`이라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했다. 위치 정보와 인터넷 접속내역 같은 휴대전화의 메타데이터에서 출발해 개인의 심리 프로필을 작성하고, 습관이나 철학적, 종교적 신념, 인종 등을 추론하는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시스템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NSA는 또 빈라덴과 그의 일당을 추적한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도 마음대로 가로챘다. 특히 무료 인터넷 통화서비스 스카이프를 통해 이루어진 영상통화는 모두 수집대상이 되었다. 스파이 프로그램으로 5분마다 영상을 캡처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로 면밀히 조사한 것이다.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되는 영상이나 SNS에 올려진 영상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렇게 수집된 영상의 상당수는 성적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얼굴이 그런 식으로 훔쳐졌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떤식으로 사용되고 처리되었는지도. . .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비대칭 위협의 시대에 완전한 익명성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의 설명이다. 그는 덧붙여 이렇게 강조했다.
"테러범이 절대적 익명성의 비호하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빅데이터 기업은 테러에 맞선다는 합의된 목적을 명분삼아 정보기관과 손잡고 계속 세력을 키우고 있다. 메타데이터가 더 많이 생성되고 사람들의 일상이 더 투명해질수록 빅데이터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고 NSA는 더 큰 힘을 갖는다. 앞으로는 현금 결제도 사라질지 모른다.
현금은 부정한 돈이라거나 테러활동 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가정을 내세우면 자금 추적에 방해가 되는 지폐와 동전을 없애도록 쉽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거래도 현금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개인의 일상적인 이동을 추적하기가 더 쉬워진다. 이 데이터는 그 개인의 고용주나 배우자나 애인에게, 즉 그의 이동 정보를 사려는 사람에게 넘겨질 것이고 말이다.
세계 투자회사의 양대산맥으로써 미 정보기관과도 얽혀 있는 칼라일과 블랙스톤의 세계 금전등록기, 현금인출기 제조업체의 선도자인 NCR 코퍼레이션을 인수하기 위해 100억 달러를 내놓은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역설적인 사실은, 마치 물처럼 아주 작은 틈새까지도 스며드는 디지털 감시 덕분에 안전해졌다고 이야기되는 이 사회가 실제로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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