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욱일기)는 나치 상징과 동격"... 미국인, IOC 위원장에 항의 편지
뉴욕에 사는 평범한 미국 남성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 체조팀의 욱일승천기 유니폼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엄격한 조사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뉴욕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는 E.M 패터슨. 그는 27일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관중석에 공공연히 내걸리고 일본 체조선수 유니폼의 문양(文樣)으로까지 등장했는데도 IOC가 제재하지 않은 것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에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일본의 태평양전쟁으로 아시아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 들었다. 욱일기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 경기를 전 세계로 중계하는 목적의 하나는 세계 각 국의 문화적인 교류와 상호간 존중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 등장한 일본의 욱일승천기와 그와 연관된 상징물들을 조사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로게 위원장은 올림픽에서 나치 깃발과 연관된 상징물들이 나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전쟁의 만행과 문화적 증오의 상징인 전범기를 흔들어대고 선수들이 입는 것을 허용한다면 IOC는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기구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버클리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뉴욕에서 건축 디자이너로만 20년 이상 종사하고 있다. 평소 아시아의 오랜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있게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욱일승천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또 “욱일(Rising Sun)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그래픽 디자인화한 체조팀 유니폼은 일본제국주의, 일본군국주의를 홍보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베트남을 여행할 때 만났던 중국 노인과 그 가족을 통해서 만주에서 겪었던 일본인의 잔학 행위에 대해 직접 들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노인의 분노와 울분이 60년이 지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패터슨은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일본의 미디어가 ‘욱일기 유니폼을 입고 메달을 땄다’고 자랑하듯 소개했더라. 나치 상징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과 똑같은 행위를 개의치 않는 일본 미디어도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교도 통신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 남자체조 선수가 IOC의 요청으로 유니폼을 IOC가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패터슨은 IOC가 욱일승천기를 일본의 문화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와 관련, “일본 전범기가 일본의 문화라면 나치 전범기도 독일의 문화라는 말이 된다. IOC는 왜 일본 전범기와 나치 전범기가 다른지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림픽도 끝났는데 왜 욱일기를 자꾸 이슈화하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인터넷을 한 번이라도 검색해 보라고 말한다. 로게 위원장과 IOC 위원들도 한국 네티즌이 만든 영어사이트(http://www.anti-risingsunflag.net/engpage.htm)를 보고나서 욱일승천기 문제를 판단하기 바란다.” 그는 “태평양전쟁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렇다 쳐도 아시아에서는 왜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가. 욱일기의 부활은 피해 당사국들의 무관심에도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음은 패터슨 씨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원문과 한글 번역문.
IOC President Jacques Rogg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Chateau de Vidy
1007 Lausanne, Switzerland August 20, 2012
Dear IOC President Jacques Rogge:
As an avid sports enthusiast, long time Olympics supporter and United States citizen, I’d like to congratulate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on this year’s outstanding and often spectacular 2012 Olympic Games in London.
Every two years I look forward to watching the world’s finest athletes come together on the world stage to perform outstanding exhibits of human spirit, world unity and national pride.
This year’s Olympic Games appeared to be without much controversy, however, I’d like to point out that there appears to be a issue that the IOC has overlooked. Case in point, the use and display of the Rising Sun Flag called the Kyokujitsu-ki, the military flag of Japan, which in at least one competition was displayed by spectators yet more offensively was used as a pattern on the Japanese gymnast’s uniforms.
During the 2008 Beijing Olympic Games, Japanese fans were warned not to display the Rising Sun Flag because it is an offensive military symbol in many Asian countries of wartime past and recalls Japanese military occupation, oppression and wartime atrocities.
I understand that in Asia where countries suffered the loss of more than 20 million people at the hands of the Japanese during the Pacific War the display of this wartime symbol is comparable to the display of a Nazi flag in Europe.
If, as we are told by the Olympic Games sports broadcasters, that one of the goals of the Olympics is to bring cultural understanding, acceptance and respect to the world’s countries, then I would strongly suggest that the IOC review Japan’s use of the Rising Sun Flag and associated imagery. I believe it would be insensitive and irresponsible of the IOC if no action was taken to ban the use of this Asian wartime symbol from the Olympic Games.
Positive symbols such as the rings of the Olympic Games depicting the five world’s continents can bring people together, but symbols such as the Rising Sun Flag conjures up hurtful memories to those nations that suffered from Japanese hatred. Can you imagine if spectators cheered with the display of the Nazi flag or any associated symbols on a competition uniform?
Your reply would be greatly appreciated.
Respectfully yours.
E.M. Paterson
친애하는 쟈크 로게 IOC 위원장 님께,
스포츠 애호가이자, 올림픽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한 사람의 미국 시민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멋지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치러진 것에 대해 축하 말씀 드립니다.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한데 모여 인류의 정신, 세계의 화합과 자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모습들은 실로 멋지고 감동적입니다.
올해 열린 올림픽 경기 역시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특별한 문제없이 치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님. 오늘 저는 IOC에서 간과한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지적하자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여러 경기의 관중석에 공공연히 내걸렸으며 급기야 일본 체조 선수의 유니폼의 문양(文樣)으로까지 표출됐다는 사실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팬들은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깃발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일본군의 점령에 따른 핍박과 만행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으로 아시아에서는 무려 2,000만 명 이상이 살육을 당했습니다. 일본의 전쟁범죄의 상징이 근본적으로 유럽에서의 나치의 상징과 연계된 깃발과 비교되는 이유입니다.
올 림픽 경기를 전 세계로 중계하는 목적의 하나는 세계 각 국의 문화적인 교류와 수용, 서로간 존중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저는 IOC가 이번 올림픽에 등장한 일본의 욱일기와 그와 연관된 상징물들을 조사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합니다.
만일 올림픽 경기에 나타난 전범 상징물들을 제재하지 않는다면 IOC는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기구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방송을 통해서 우리가 보는 오륜마크야말로 세계가 하나로 화합하는 긍정적인 상징들이기 때문입니다.
각 국의 관중들이 전쟁의 만행과 문화적 증오의 상징인 전범기를 흔드는 순간 그것의 이미지는 TV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로 그대로 전달됩니다. IOC가 전범기를 용납한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와 전쟁범죄 그리고 문화적 증오에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로게 위원장님. 위원장님은 과연 올림픽 경기 중에 관중들과 선수들이 나치 깃발과 연관된 상징물들을 흔들어대거나 입고 나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위원장 님의 신실한 답장을 기대하겠습니다.
2012년 8월 20일 미국에서
E.M. Paterson 드림
뉴시스 / 유세진 기자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으로 찾는 친일인명사전 앱 (0) | 2012.08.30 |
---|---|
너무 쉽게 생각하는군.. (0) | 2012.08.28 |
역대 태풍 순위와 풍속에 따른 예상 피해 (0) | 2012.08.27 |
태풍 `볼라벤`의 현재위치 어디쯤 오고 있나. (0) | 2012.08.27 |
임진년 물난리 조짐으로 긴장되는 하루 (0) | 2012.08.27 |
어라, 대마도도 우리 땅이었어? (0) | 2012.08.27 |
이게 딱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수준. (0) | 2012.08.25 |
MB노믹스 '초라한 결말'... 盧정권보다 성장률 낮아 (0) | 2012.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