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사찰' 핵심인물 해외 도피 시켰다"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관련 재판 진행 중 주미대사관 노무관 자리 신설해 미국으로 보내
외교부 고용부 청와대 긴밀한 협조?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핵심 인물이었던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노무관(고용노동관) 공모를 중단하고 주미대사관 노무관을 신설해 미국으로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활동하게 될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4월 우즈베키스탄 노무관을 공모하다가 중단하고 갑자기 주미대사관 노무관을 신설했다”며 “정부가 최종석 전 행정관을 주미대사관 노무관으로 보낸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총체적으로 은폐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3월 29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한정애 의원 “불법사찰 총체적 은폐”
실 제로 최종석 전 행정관이 지난해 8월 주미대사관 노무관으로 파견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 고용노동부(고용부)·외교통상부(외교부) 등에 따르면 최종석 전 행정관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초부터 고용부에서 청와대로 파견근무했다. 최 전 행정관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1년 1월 소리소문 없이 고용부로 복귀했다. 그는 한동안 고용부 산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1년 8월 주미대사관 노무관으로 파견됐다.
문제는 주미대사관 노무관 자리가 2009년 2월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됐다는 점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는 주미대사관 주재관(각 부처 파견 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고용부에서 주미대사관에 파견하는 노무관을 없애고, 대신 자원외교에 집중한다는 명목 하에 우즈베키스탄에 노무관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노무관제를 시행한 지 3년 만에 폐지하고, 다시 미국 노무관을 만들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주미대사관 노무관이 부활됐고, 그 자리에 민간인 불법사찰의 주역인 최종석 전 행정관이 갔다는 점 때문에 ‘도피성 파견’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구속 중인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진경락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45)과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에게 불법사찰 관련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히 손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정부는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연루의혹을 받았던 이동걸 전 고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고위공무원인 경남지방노동위원장에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민간인 사찰 실무자였던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현금 4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한정애 의원은 “이동걸 위원장은 MB(이명박)노총이라 불린 국민노총 만들기에 장관 명의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장관 보좌관직을 남용했다”며 “노사간 이익과 권리 분쟁을 조정·판정하는 준사법기관 자리에 정권편향적인 인사를 앉히는 것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보은인사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동걸 위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임용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경향뉴스 / 권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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