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 22:17

여름철 별자리, `궁수자리(Sagittarius)`

이 궁수자리는 사수자리라고도 하며 역시 지평선 부근 은하수 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별들을 선으로 이은 별꼴을 보면 마치 주전자(Teapot) 모양으로 생기기도 했는데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켄타우르의 상반신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반신은 지평선에 있어 잘 볼 수가 없죠.

감마별로 통하는 화살촉을 따라 겨누고 있는 방향을 보면 전갈자리가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전갈은 오리온을 쫓고 궁수는 이 전갈을 쫓고 있습니다. 이 별자리의 별들과 은하수 저편에 있는 `뮤별`을 합해서 남두육성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는 은하수에 흐르는 우유를 퍼는 국자로 통합니다.

이 궁수자리는 또한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가리키고 있고, 이 주위에는 구상성단인 M22, M28, M54, M55, M69, M70이, 산개성단으로는 M21, M23, M25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발광성운인 M8, M17, M20도 있습니다. 이 곳에는 인류 최초로 발견한 구상성단 M22 외에도 오리온 대성운 다음으로 밝은 발광성운인 석호성운 M8과 삼열성운 M20도 볼 수 있습니다. M17은 말굽성운 혹은 백조성운이라 부릅니다.

우리말로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부르는데 이건 돈을 미리 계산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가 마치 흐르는 물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한 것이고, 서양 사람들은 이 은하수를 밀키웨이(Milky Way) 즉, 우유길이라고 불렀습니다. 헤라 여신의 젖이 하늘에 뿌려진 것이라나 뭐라나...

북유럽 사람들은 그들의 신화에서 펼친 상상력을 발휘해 이 은하수를 '죽은 사람의 영혼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고, 쭝꿔들도 비슷하게 이를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로 보았다고 합니다. 특이하게 아프리카 사람들은 은하수를 거대한 동물의 등뼈로 생각했다니 창의력 갑.

궁수자리에 구상성단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구상성단이 은하의 중심에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여기에는 세페이드형 변광별을 이용하여 구상성단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연구 결과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만약 태양이 지금처럼 은하의 변두리 외곽에 있다면 궁수자리 은하수쪽이 더 밝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허셀이 하늘의 구멍이라고 했던 `암흑성운`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은하수에는 실제로 수많은 암흑 성운이 있었고, 먼 거리에 있는 별들을 가리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우리와 가까운 별과 성운만 볼 수 있는 겁니다. 은하수 사진에 어두운 부분이 암흑성운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은하계의 크기는 전체가 10만 광년, 중심 핵은 1만 6천 광년, 두께는 5천 광년이고 태양은 중심에서 2만 8천 광년 떨어진 나선팔 한쪽 구석에 있습니다.

켄타우르스 중에 불사의 몸을 가진 카이런은 문무를 겸비하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힘 깨나 쓴다하는 젊은 영웅들의 당당한 마스터였습니다. 타이탄족의 크로노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기품이 있고, 점잖았으며 또한 현명해서 아폴로와 다이애나로부터 음악과 예언술을 배웠습니다. 신들보다 총명했다고 하는 그는 별자리를 만들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고,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헤라클레스와 명의 아스클레피오스도 그의 제자였습니다.

어느 때 헤라클레스가 12번째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에 어느 켄타우르스족 마을에서 스승을 만나게 되었는데 여기서 술을 마신 켄타우르스족과 싸움이 벌어지고 이를 말리던 카이런은 그만 헤라클레스의 화살촉을 밟아 독이 온 몸에 퍼지게 되었지만 불사의 몸이라 죽지 않는 대신 지독한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결국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사의 몸을 내어주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가 그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이미 카이런이 정리해 놓은 별자리로 인해 더 이상 북반구 하늘에 공간이 없자 할 수 없이 남쪽 하늘에 궁수의 모습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카이런이 별자리를 정리하면서 자신이 거기 가게 될 줄을 몰랐을까, 예언술을 배웠다면서...

위에서 언급한 남두육성은 북두칠성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수명을 결정하는 별자리라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북두칠성이 죽음을 관장하고, 남두육성은 태어남을 주재한다고 믿었는데 수명이 짧았던 한 소년이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의 신을 만나 90세까지 살았다는 전설의 고향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이지만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은 가고, 노승이 길을 가다 농부의 아들에게 물 한잔 얻어 마시고 나서 그 소년의 `관상`을 유심히 보더니 "쯧쯔, 넌 오래 살기가 힘들겠구나."라고 말하고 계속 길을 재촉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의 아버지는 놀라서 그 스님을 붙잡고 무슨 방법이 없는지 물었고, 이내 말한 걸 후회했지만 사정이 딱했던지 모일 모시에 다시 올 터이나 사슴고기와 술을 준비해 놓으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당연히 아버지와 아들은 사슴고기와 술을 정성껏 마련했고, 그 노승도 약속대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소년에게 그 술과 고기를 가지고 보리밭 남쪽에 있는 커다란 뽕나무로 가라고 했고, 거기서 검은 옷을 입은 노인과 흰 옷을 입은 노이이 바두을 두고 있으니 소리 내지 말고 다가가 술과 고기를 대접하라고 일렀습니다. 특히 절대 말하지 말고 절만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여기 두 노인은 아랑사또전에 나온 그 두 사람?

어쨌든 시키는대로 가보니 진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고, 바둑에 정신이 팔린 그들은 틈틈이 술을 마시고 고기도 먹었습니다. 한참 지나고, 바둑이 끝난 후 노인들은 소년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후 아 유"라고 호통을 쳤지만 소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절만 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술과 사슴고기까지 먹었으니 난처해진 흰 옷 입은 노인은 보답을 하려고 했지만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정해진 수명은 하늘의 율법이니 어길 수 없다며 반대를 했습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흰 옷을 입은 노인이 사람의 수명을 기록한 장부를 꺼내 그 소년의 수명을 보고 9라고 되어 있는 곳에 붓으로 편집을 해서 0을 붙여 90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북방의 북두칠성이고, 흰 옷을 입은 노인은 남쪽의 남두육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