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별자리, 헤라클레스(Hercules) 자리
가을에 볼 수 있는 페가수스 별자리와 함께 상이 거꾸로 되어 있는 이 별자리는 헤라클레스입니다. 거꾸로 되어 있긴 하지만 그 모습은 팔 다리가 달린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별자리입니다. 비록 밝은 별들이 없어 바로 찾기는 어렵지만 거문고 자리의 베가와 왕관자리 젬마 사이에 있으니까 이 두 별자리를 활용하여 다소 찌그러진 H 형태의 모양을 찾으면 됩니다.
헤라클레스의 오른쪽 팔은 몽둥이를 높이 치켜올려 괴물뱀 히드라의 머리를 내려치려는 모습이라 기원전 수메리안들은 이 별자리를 `무릎 꿇고 몽둥이를 든 자`로 불렀고, 알파별 라스알게티(Rasalgethi)는 아라비아 말로 `무릎 꿇은 자의 머리`라는 뜻입니다. 이 별은 오렌지색의 3~4등급으로 맥동변광성이라 불규칙하게 빛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북쪽 하늘에서 가장 밝은 구상성단이자 에드먼드 핼리가 육안으로 처음 발견한 M13과 무릎 사이에 다른 구상성단인 M92가 있습니다.
이 중 M13은 우리과 가장 가까운 구상성단인데 2,500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가깝기는 개뿔. 참고로 하늘에서 제일 밝은 구상성단은 켄타우루스 자리의 `오메가 성단`으로 보름달만 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남쪽 하늘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남녘 방향이 탁 트인 높은 곳에서나마 흐릿하게 볼 수는 있습니다. 기왕이면 망원경으로 보긔.
스파게티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라스알게티는 태양의 400배 크기의 별인데 맥동을 하여 크게 부풀어올라 최대가 되었을 때는 800배까지 커집니다. 태양의 800배... 옆에 있다간 날벼락 맞기 딱 십상. 그렇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죽을려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와중인데 아마 행성상 성운이나 초신성이 되기 전의 적색거성 단계에서 별의 표면온도가 계속 떨어지는 과정이라 오렌지색이 아닐까 봅니다만 나중에는 붉은색이 됩니다.
이전에 썼던 거 같은데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이 아니라 제우스와 알크메나 사이에서 태어난 `데미갓`이었기 때문에 갓난 아기때부터 바람둥이 남편을 두어 본의 아니게 질투의 여왕이 된 헤라 여신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특히 헤라는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제우스의 자녀들에게 더 심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헤라클레스가 겪은 12가지의 고행도 다 헤라때문이라는.
그가 아기였을때 헤라는 그를 죽이려고 독사를 보냈으나 헤라클레스의 손아귀 힘에 뱀은 헤라를 원망하며 절단나고,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헤라의 음흉한 흉계로 에우리테우스 왕의 노예가 되어 그때부터 12가지 고행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괴물사자와 두 번째 괴물 바다뱀 히드라와의 혈투는 이전에 봄철 별자리인 사자자리와 바다뱀자리에서 나왔었고, 오늘의 주인공이 헤라클레스이므로 그 나머지 고행을 얘기하자면 세 번째는 아르카디아 벌판에서 코끼리도 한 입에 삼킨다는 보아 뱀을 처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디서는 에리만토스의 맷돼지를 생포하는 것과 이야기가 바뀌기도 합니다.
4번째가 아르테미스의 황금뿔을 자랑하는 숫사슴을 기스 하나 없이 사로잡는 일이고, 5번째는 스팀팔리아에서 방랑자들을 잡아먹는 황동부리 괴물새들을 아테나 여신이 준 청동으로 만든 심벌즈로 놀라게 해서 정신을 빼놓고는 화살을 쏘아 죽입니다. 6번째는 아우게아스 왕의 외양간을 단 하루만에 청소하는 일이었는데 이 외양간은 특이하게 3천 마리의 소를 키우면서 30년 동안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 크기도 크기지만 으~ 냄시...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무식하게 힘만 쎘던게 아니라 머리도 좋아 두 개의 강으로부터 물길을 끌어들여 깨끗하게 끝내버렸습니다.
7번째가 크레타 섬에서 불을 뿜는 코뿔소를 물리쳤고, 8번째는 디오메데스의 식인말을 잡아오는 것이었습니다. 9번째는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공주가 있었는데 사치가 심해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의 보물 허리띠를 탐내 그걸 빼앗아 오게 시켰습니다. 처음엔 헤라클레스에게 한 눈에 반한 아마존 여왕과 야그가 잘 되는듯 했으나 헤라의 흉계로 부화뇌동한 아마존들이 떼로 덤비니 이건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해결을. 10번째가 게리온에서 붉은 소떼를 잡아 오는 거였고, 11번째는 불을 내뿜는 용이 지키는 헤스페리데스 낙원의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이건 `악튜러스` 별자리에서 나온 눝의 속도로 머리를 굴린 아틀라스에 대항해 U+의 속도로 맞서 수 싸움을 이긴 그 이야기입니다.
끝으로 12번째가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삼두견 케르베로스를 사로잡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범인들은 절대 엄두도 못내는 일들이었습니다. 번외로 에우리테우스 왕의 선조가 되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은 독수리를 처지했는데 간을 쪼아 먹을 때가 좋은 시절이었지. 또, 강의 신에게서 절세미모의 데자니라를 구하기도 했는데 그후 노예에서 벗어나 그녀와 결혼하여 3년 동안 행복한 신혼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헤라클레스 부부가 강을 건널 때, 돈을 받고 강을 건네주는 일을 하고 있는 켄타우르인 네수스에게 아내를 태우고 강을 건네줄 것을 부탁하게 됩니다. 데자니라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던 네수스는 강의 중심 부분에서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 마구 내빼기 시작했습니다. 헤라클레스의 아내가 너무 예뻐 탐이 나 가로채려고 했던 거죠. 자신의 발을 믿었는지 몰라도 얼마 못가 헤라클레스가 쏜 화살에 심장을 맞아 죽게 됩니다.
네수스가 죽으면서 데자니라에게 자신의 피를 주면서 언젠가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될 때 그의 갑옷과 옷에 피를 묻히면 영원히 사랑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데자니라는 헤라클레스가 하녀인 이올레에게 눈길을 준다고 생각하며 네수스의 피를 헤라클레스의 옷에 발랐고, 그가 옷을 입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네수스의 피를 바른 옷은 죽음의 옷이 되어버려 헤라클레스의 전신에 독이 퍼졌고,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더군다나 한 번 입은 이상 그 어떤 방법으로도 절대 벗을 수 없게 되어 결국 헤라클레스도 죽을 준비를 하며 오이테 산에 올라가 나무를 모아놓고 화장을 준비하고, 그가 수많은 모험을 하면서 함께 한 떡갈나무 방망이와 활을 곁에 두고, 전리품으로 획득했던 사자의 가죽을 걸친 다음 불을 붙였습니다. 영웅의 말로치고는 슬픈 비극이군요.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아들의 최후를 하늘에서 지켜보던 제우스는 친히 흰 구름으로 된 전차를 타고 내려와 불에 탄 아들을 꺼내 하늘에 올렸습니다.
너무 예쁜 아내를 맞이한 게 불행의 씨앗이었을까요. 어쨌거나 네수스 그 놈이 정말 나쁜 놈. 하늘에 매달린 헤라클레스가 어찌나 무거웠던지 안 그래도 무거운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도 그 더해진 무게가 너무 부담스러워 비틀거리다 보니 결국 헤라클레스의 별자리가 거꾸로 매달리게 되었는데 혹시 황금사자 때의 일로 모종의 복수를 한 건 아닌지. 그래도 어차피 무게는 여전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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