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8. 20:51

여름철 별자리, 천칭자리(Libra)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지만 그래도 밤하늘엔 아직 여름의 별자리들이 좀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작고 어두운 사다리꼴 형태의 사각형 모양인 천칭자리입니다. 이건 원래 전갈자리의 일부분인 집게발이지만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 필요에 의해서 생겼는데 황도 12궁 중에서 생명체가 아닌 별자리로 유일합니다.

그러니까 이 별자리를 찾으려면 먼저 전갈자리를 찾으면 되겠죠. 전갈의 머리 바로 대각선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이 천칭은 선과 악을 저울질로 가늠하는 심판의 저울입니다. 이걸 만든 사람들은 고대 로마인들로 당시 황도상에는 별자리가 11개 밖에 없어서 12달인 1년과 맞추기 위해 전갈의 집게발 두 개를 뚱쳐서 별자리 하나를 추가한 겁니다.

그런데 처녀자리가 옆에 있었고, 이 처녀는 또한 천칭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의 모습으로도 그려지기 때문에 이름을 천칭자리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전갈의 집게발이었기 때문에 알파별의 이름은 `주벤엘게누비(Zubenelgenubi)`이고, 베타별은 `주벤에샤마리(Zubeneshamali)`인데 각각 남쪽과 북쪽의 집게발이라는 뜻이고, 이 북쪽 집게발 주벤에샤마리는 유일하게 녹색으로 보이는 별입니다.

황도대에 있는 12별자리들은 고대부터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태양이 지나가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태양을 비롯한 태양계 내행성들의 배치와 위상이 한 나라와 개인의 운명하고 관련이 있다는 점성술 관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기원은 세계사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칭인 현재 이라크 지역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발원했습니다.

오늘날 흔히 재미로 보는 `인스턴트 별점` 말고,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전해져 중세시대에 윌리엄 릴리 등에 의해 집대성된 `정통 점성술`에서는 이 황도 12궁을 바탕으로 각 행성들의 위치와 배치각을 해석해 국가의 흥망성쇠나 각 개인의 운명 그리고, 단시점술인 호러리를 보는데 이용해 왔습니다. 이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순행을 하다가도 잠시 멈추거나 어떤 경우에는 역행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지금은 황도 별자리와 실제 태양이 머무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세차운동으로 별자리의 위치가 변하기 때문으로 황도 별자리를 만든 고대에는 춘분점이 '물고기자리'에 있었지만, 현재는 '물병자리'에 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처녀자리의 주인공을 페르세포네라고 보았고, 이건 봄철 별자리 처녀자리에 지하왕국을 다스리는 하데스와의 이야기에서 나왔는데 이에 반해 로마 사람들은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를 이 자리의 히로인으로 삼았습니다. 천칭은 여신이 정의를 심판하는데 사용한 도구였습니다. 신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과 함께 살았던 황금의 시대 `사트야 유가`에서는 기후가 온난해서 아파트나 패션이 굳이 필요치 않았고, 풍족한 열매를 얻을 수 있어 소처럼 일하며 출퇴근을 한다고 교통지옥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낙원의 시대였으니 도둑이나 강도, 전쟁, 칼, 창, 화살이나 성 이런 개념도 없었지만 이런 금의 시대가 지나가고, 은의 시대가 찾아오자 분위기가 좀 안 좋아져서 계절이라는 게 생기니 집과 옷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 열매가 그전처럼 열리지 않으니 경작을 해야 했고 이때부터 슬슬 약육강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인간들의 낮은 수준에 염증을 느낀 신들은 하나 둘 하늘로 되돌아 갔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이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만은 계속 남아 정의를 수호했습니다.

하지만 동메달의 시기에 접어들게 되자 인간들은 더욱 타락을 해서 거짓말을 수단으로 사기를 방편으로 삼고 칼과 창을 이용해 무력으로 빼앗았으며 이로써 성을 쌓을 필요도 생겨났습니다. 여신은 가슴 아파하며 더욱 노력했지만 세상은 정글 일변도로 변해가는 것이 가속화되었고, 급기야 철의 시대가 되자 타락한 인간들은 사악해져서 철이라는 강한 물질을 이용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서 골육상쟁이나 패륜마저 서슴치 않게 되니 날이 갈수록 죄악과 전쟁은 늘어나고, 심지어 거드름을 피우며 여신마저 업신여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지상의 인간세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 여신은 짐을 챙겨 하늘로 올라가 자신이 쓰던 천칭과 함께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인간들은 엿되었습니다. 죽으면 누구나 어김없이 여신 앞에서 살아 생전 자기자 행했던 행위를 그 저울에 달아 낱낱이 따지게 되니 그땐 후회해도 소용이 없음. 기고만장 할때가 좋은 시절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