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2. 17:37

아크라 문서(Manuscript found in Accra) - 파울로 코엘료

아크라 문서 - 6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문학동네

내일이면 십자군이 칼들고 떼로 쳐들어오는 급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 중에는 피난을 가기 위해 가족들과 짐을 챙기는데 정신이 없거나 맞서 싸우기 위해 무기를 챙기고, 인원을 점검하든지 아니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 또는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오늘밤 지구종말을 바라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혹시 핵교댕길때 시험을 앞둔 전날,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웬걸 딴짓한다고 시간을 보낸 경험을 가진 사람들... 있을테죠. 사람의 심리라는 게 차암 아리송 다리송합니다. 시험칠 과목의 책과 참고서, 필기공책을 먼저 펴 놓지만 이내 손은 다른 걸 찾고 있으니 그것은 카세트나 MP3,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기, TV, 라디오 또는 시험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책 등등...

아마 그렇게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심리가 작용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 긴박한 상황속에서 TV나 인터넷, SNS가 없던 시대의 사람들은 소식을 듣기 위해 광장으로 자연스레 모여듭니다. 소식도 소식이지만 당장에 불안하니까 사람들과의 주고받는 소통 속에서 그나마 위안과 해결책을 얻고자 함도 있겠지요. 그때 군중 속에서 어느 철인이자 현자가 등장을 합니다. "내 말 좀 들어보소."

사람들은 일견 지금 이 판국에 설교나 듣고 있을 때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오히려 그렇게 막다르게 몰린 상황이 어쩌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약간은 설명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도 생각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추운 겨울 깊어가는 밤에 읽어보기에 딱 좋은 짤막한 분량의 책입니다. 그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조용한 분위기가 조성되니까요.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읽어도 좋더군요.

지금부터 질문을 하면서 저기 밖의 적군들과 그대들 내면의 두려움은 잊으라. 우리는 매일의 삶에 대해, 그 안에서 우리가 직면해야 했던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후손들은 바로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천년 후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테니.

아크라 문서 (양장)
국내도서
저자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공보경역
출판 : 문학동네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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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다른 할 일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은 질문을 하고, 현자는 답을 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고,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십자군의 칼과 군화에 무너져내릴 내일의 장소 바로 그 자리에서 오고 가는 묻고 답하기. 침략에 맞설 대의명분이나 전략이 아닌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진리에 대하여...

이 이야기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그들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찢겨,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