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미래보고서. <2030 대담한 미래>
2030 대담한 미래 - 최윤식 지음/지식노마드 |
10월 달에 한창 2013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을때 이 책 가지고 다니면서 카페에 앉아 커피와 함께 또는 행사현장에서 시간이 남았을때 읽곤 했었는데 <2030 유엔미래보고서>가 다양한 분야를 광범위하게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를 중점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대립적 양상을 관점으로 비교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외 후반에는 유럽연합(EU), 일본의 향후 전망도 짧게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만 그다지 밝지는 않습니다.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의 내용하고 비슷하게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고,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는 나라 경제를 우려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1997년 IMF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로 고스란히 전가된 것이고, 2008년 금융위기로 우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파급되어 악화일로에 있는 중입니다.
만약 이 거대한 파도가 우리 경제에 밀어닥친다면 이 나라는 힘없이 제2의 IMF를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라 대처가 시급함에도 시스템적인 덫에 걸려 위기를 넘기에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우리 역시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장기불황으로 가게 됩니다. 지금도 유례없는 불황의 긴 터널 속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쌍끌이 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의 앞날에 대해서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향후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산업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베이비 붐 세대의 대거 은퇴와 무너지는 중산층과 자영업자들, 저출산 고령화와 공기업, 지자체의 부채 급증 등을 보면 어딜봐도 갈 길이 순탄치가 않아 보입니다.
한 가지 눈길이 가는 부분은 박정희 정권때부터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한 건 맞지만 그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면서 쿠데타라는 원죄를 무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만약 2공화국의 장면 정부가 계획했던대로 시간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추진했더라면 과연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독재, 인권탄압 등을 외면하며 돈을 벌어 잘먹고 잘살자는 국민들의 암묵적 동의 하에 펼쳤던 재벌 특혜와 대기업 위주의 큰 놈 밀어주기 그리고, 수출 위주의 정책이 가져온 폐해와 그 여파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미치고 있기 때문이죠.
학자들은 정치적으로 금융, 조세, 산업 특혜를 받은 대기업과 재벌 일가 중심의 고도성장, 기술의 개발보다는 외국 기술들을 돈주고, 도입해서 저임금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키우는 방만한 경영방식, 특정산업의 과다 육성과 지나친 수출의존 경제체제가 결국 1997년 12월에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 핵심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경제 발전은 저력있는 국민들이 합심해서 노력해 일군 결과이지 박정희 혼자 잘나서 된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주인공은 경제활동에 참여한 모든 국민들이 되어야지 일개 개인이 혼자 그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공을 한 사람에게
돌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려는건 억지에 다름 아니죠. 꼭 그가 아니었어도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제일 큰 문제는 뭐니 뭐니해도 `부동산`입니다. 이미 2010~2011년에 벌써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를 거쳐 내년인 2014~2016년 사이 디플레이션에 빠져버리면 굳이 버블붕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결판은 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위기의 진원지인 부동산 시장이 언제 정상화가 될 것인가.. 저자의 답은 2020년이 지나서 그것도 정상화나 상승이 아닌 뉴노멀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되던 탐욕스럽고 낡은 방식은 세월의 한켠으로 밀려나는거지요.
어쩌면 전 세계가 이런 우리의 불황에 동참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과연 유일한 초강대국이자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턴가 그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입고는 있지만 저자는 2030 혹은 그 이후에도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며 미국의 G1 체제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는데 여기에는 객관적인 경제 지표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G1 체제라는 것이 예전처럼 막강하고, 굳건한 것이 아니기에 약한 지지대 바로 밑에는 중국을 비롯해서 글로발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입니다.
특이한 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통용되어온 `피크 오일(Peak Oil)`이나 `석유 고갈`에 대한 전망과는 달리 저자는 향후 오랫동안 화석 연료의 고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는데 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유전지대의 발견이나 추출 능력의 향상, 그리고 셰일 가스와 같은 새로운 자원의 발견 및 에너지 추출 공법의 개발 등으로 이 부분은 안정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보다는 인재와 금융, 환율 그리고, 원재료의 가격을 조작하는 원가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미국이 잘하는 특기인 소리장도(겉으로 보이는 웃음 속에 감춘 칼) 전법을 통해 빠르면 2014~2015년 어느 시점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신호탄은 금리 인상을 통한 반격이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2020년, 일본이 부도날 확률이 70%라는 것과 여전히 혁신에 게으르다는 주장에 대해 현재 방사능 사태를 봐도 그렇고, 엔저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지며 승부수를 걸었지만 실패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들으며 신통치 않은 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엔저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밀약이 있으며 이로 인해 ‘독도’문제에서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경악할 사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결코 우리편이라고 할 수 없거든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일본편도 아닐 뿐더러 그 어떤 나라편도 아닌 오로지 자기편입니다. 단지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입장과 아군을 바꿀 뿐입니다. 처음부터 여지껏 역사적으로 그래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우리와 군사적으로는 우방이니 동맹이니 하더라도 그 때문에 경제까지 동맹이라 생각하면 큰일 날 오산입니다. 하지만 무지한 우리 국민들 중에는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주로 높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말이지요.
이 밀약에서 일본은 미국의 수출길을 더욱 확장시켜주었고, 주일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편의를 대폭 수용해 줬으며 미국의 국채를 계속 매입해 주는 퍼주기가 들어 있어서 이 때문에 IMF로부터 엔저가 환율조작이 아니라 경제회복 조치라는 평가를 들었고, 또 2020 동경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의 돈이 필요할 때라 이런 계산에 밝은 미국은 엔저를 용인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지 않으며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동아시아 영토분쟁에서 일본에 우호적 입장을 취한다는 선물을 일본에 주었다는 저자의 분석은 탁월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베라는 원숭이의 엔저정책이 가져오는 부작용 중에는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폭탄돌리기 놀이가 언제든 또 어디서든 터지게 되어 있는데 그 종착지가 2015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인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될 공산이 크며 그렇게 되면 문제는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위기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에서 금융 불안정성, 유동성 제약이 계속 증대하고 경제적 충격과 변화에 가장 대응력이 약한 나라와 지역에서 부가적인 위기가 발발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저자는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이자 글로벌 금융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고 약한 동남아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전 세계는 지금 남유럽의 위기냐, 혹은 미국의 추락이냐, 중국의 붕괴냐, 일본의 부도 위기냐에 집중해 있지만 의외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동남아 지역에서 문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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